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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Apr 20. 2020

자유견에서 반려견으로

글을 마치며

2020년 3월, 혁구는 한 가족의 반려견이 되었다. 혁구에게 잠자리를 내어주셨던 분께서 이사를 가시며 혁구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신 덕분이다. 사람들은 혁구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또 응원해 주었다. 아쉽지 않은 이별은 없겠지만 혁구에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기에, 이것이 영원한 헤어짐도 아니기에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혁구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혁구는 지금 혁신파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을 꼽으라면, ‘혁구를 만난 것’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 같다. 혁구는 나를 (스트레스성 위경련으로) 아프게 하고, (산책하다 넘어져) 다치게 했고, 그와 반대로 즐겁게도, 행복하게도 했다. 무엇보다 혁구는 나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했다. 죽고 사는 것이 사람들의 손에 달린 동물들의 입장에 대해, 생명의 결정권을 쥔 사람들의 너무나 다양한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이전에도 나는 동물복지나 공장식 축산 방식, 반려동물 입양, 생물다양성 같은 이야기에 꽤 귀 기울여왔었다. 하지만 혁구를 만나고 난 후, 머릿속에 입력되어있던 그 구호들이 비로소 마음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나는 주위의 동물들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생명 하나하나의 무게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더 많이 고민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이렇게 혁구와 함께한 시간과 더불어 동물을 대하는 입장에서의 고민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결심도 그중 하나였다. 역량이 부족해 힘이 부쳤던 고개를 몇 번 넘기며 다행히 계획했던 대로 글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짝꿍과 나는 우리의 삶이 ‘혁구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마음에 닿은 것은 다시 떼어내도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생명을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면서 어찌할 수 없는 불안과 괴로움, 또 그것을 버티게 해주는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나눴다. 나는 세상에서 짝꿍이 제일 소중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우리 두 사람만의 매듭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세상 속에서 우리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제 다른 혁구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짝꿍과 나는 혁구를 ‘하둥이’라고 불렀다.
여느 하얀 개처럼, 맨 처음에는 흰둥이라 부르다
언제부터인가 하둥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하얀 흰둥이’라는 뜻이다.

자유견에서 출근견으로, 또 반려견인 된,
모두의 개에서 누구의 개가 된,
하둥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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