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지금 제가 보기로는 상황이 그렇고 전 당장이라도 그 후배를 만나야겠으니 화영 씨가 연락을 해주세요."
장미가 화영과 샤크의 곡 표절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있던 그 시간 수련은 편집장과 사무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편집장님, 어제는 늦기도 했고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얘길 못해서 제가 직접 왔어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죠?"
다급한 표정의 수련을 보는 편집장이 자신의 책상 위에 있던 화일철 한 부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직접 보시죠."
파일을 허겁지겁 펼쳐든 수련의 눈에 자신이 연재하고 있는 웹툰 '동방삭의 연인' 5화 (연화 공주)의 줄거리에 형광펜으로 칠해진 대목과 그 다음장에 책의 복사본으로 보이는 부분에 형광펜으로 칠해진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칠해진 부분을 자세히 읽고 난 수련이 의구심이 가득한 눈길로 편집장을 주시했다.
"이게 뭐가 표절이라는 거죠?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경우 역사 자체가 스포고 그 역사를
대상으로 하는 무수히 많은 작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다 표절이라고 하면 어떻게 창작을 할 수가 있냐고요."
편집장은 그런 그녀를 보며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양손을 회의 탁자 위에 올린 뒤 수련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제 인기몰이를 시작한 작품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끝이란 걸 모르는 겁니까?
회사는 자선단체도 작가의 표절시비나 편들어주는 법무법인도 아니죠.
이 문제는 애초에 출처가 불분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든 백작가에게 원인이 있지요.
제 말이 틀립니까?"
"아니.. 편집장님. 출처가 불분명한 사람이라뇨. 역사적 사실 관계 고증 없이 제가 작품을 썼겠어요?
충분히 확인한 내용이고요. 제가 표절 제기하신 분을 직접 만나겠어요. 그분 연락처를 주세요."
-"백작가 지금 너무 흥분했어요.
무슨 얘긴지 충분히 이해했고요. 표절 제기에 따른 내용은 이미 법무팀 통해서 충분히 검토를
마쳤습니다. 웹툰은 계약과 동시에 저작권 등록을 하기 때문에 애초에 표절은 성립되지 않아요."
수련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편집장을 마주 보았다.
"그럼 표절 성립도 되지 않는 이 건으로 왜 저를 부르신 거죠?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미 표절시비가 발생한 상황이므로 앞으로 연재할 내용과 관련해서 스토리 도움을 주신 분과의
협업은 당장 그만두세요. 이건 권고 사항이 아니라 회사가 작가에게 하는 지시사항입니다."
"그럼 앞으로 연재는 어떻게 하란 말씀이세요?"
편집장은 떼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와 같은 표정으로 수련을 바라본 뒤 사무실에 비치된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어 들고 와서 뚜껑을 돌려 딴 뒤 그녀에게 건넸다.
-"팬소설이라고 들어보셨죠? 그걸 할 겁니다.
지금까지의 전개를 토대로 팬소설 공모를 연 뒤 대상을 획득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앞으로 연재를 해나가는
거죠."
편집장의 말을 듣는 수련의 얼굴 위로 감탄의 표정이 떠올랐을 때 그는 속으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