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새벽 1시.
오늘도 책장 앞에 섰다.
긴긴밤을 보내기 위해 적당한 책을 고르다 낡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이미 백 번도 넘게 읽어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오래된 책.
처음 읽었던 열일곱 살.
그때 그녀는 아오이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오이처럼, 일생동안 한 남자만에게 매여 한 남자만 사랑하다 결국 그에게로 회귀되는.
그녀 역시 그런 사랑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도를 저주한다.
왜 그랬을까.
사랑은,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러면 그 사람에게도 조금은 덜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책을 쥐고 있던 손마디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아무 때나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을 이제 과거로 보내고 싶었다.
그녀는 책의 문장을 떠올렸다.
늘 주문처럼 되뇌는 말을.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마음뿐이란다.‘
책을 덮으려다
페이지 한 귀퉁이에 낙서처럼 글을 남긴다.
'내가 있을 곳은 너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머물러주지 않았어.
나에게만 머물 수 없는 건지, 그 어디서도 머물 수 없는 사람인지.
하지만 쉬고 싶을 땐 언제든 나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나도 바보 같지만.
결국 내가 있을 곳이란 내 마음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