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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의 맛, 공심채 볶음 덮밥

by 헤아림


우리 가족은 이상하리만치 휴양에 관심이 없다. 아마 다들 물과 친하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이런 가족력(?) 때문인지 나와 동생이 각자 여행을 갈 때도 휴양을 위해 가는 나라들은 매번 후보에서 빠지고는 했다. 자연스럽게 동남아의 나라들이 제외되었고, 그만큼 그 나라의 음식을 접할 기회도 많이 없었다.


작년에 수술을 앞두고, 수술 후에는 한동안 해외여행이 힘들 것 같아 급하게 여행을 계획을 세웠다. 어디가 가고 싶어서 여행을 계획한 적은 있었지만 여행을 가야겠다 하고 여행지를 고른 건 처음이라 어디를 갈까 결정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여기저기 아무리 찾아봐도 여기다 싶은 곳이 없어 고민하다 확신 없이 골랐던 치앙마이가 내 인생 여행지가 될 줄이야.


워낙 향신료와 허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태국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지에 가서 보니 내가 말하던 태국 음식은 그저 한국 태국음식점에서 맛본 똠얌꿍, 팟타이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각종 커리와 볶음밥, 덮밥에 다양한 국수와 수끼, 쏨땀, 얌운센 등등 매일 태국 음식만 먹어도 다 못 먹을 만큼 엄청나게 다양한 태국 음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실제로 거의 매일 태국 음식만 먹고 지낸 거 같은데 못 먹고 온 음식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본토의 공심채 볶음의 맛을 처음 경험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도 종종 공심채 볶음을 하는 식당이 있지만 예전에는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었다. 그러니 여행에서 맛본 기억으로 "모닝글로리"라는 이름 밖에 모르던 친구와 다르게 나는 엄마가 키우고 수확해서 요리해 주고 나서야 그 맛을 알았다. 현지에서 공심채 볶음을 먹어 본 한국 사람이 알려준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든 요리.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공심채 볶음의 맛이었다.


그래서 어쩐지 현지 식당에서 공심채 볶음을 주문할 때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것보다 설렜다. 그렇게 비싸고 특별한 메뉴도 아닌데 '드디어 실물 영접!' 같은 기분이었달까.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메뉴에 대한 조리법이 식당마다 다르듯이 태국도 마찬가지였다.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것도 있고, 공심채 외에 돼지, 소, 닭, 새우 같은 재료를 골라서 같이 요리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식당에서는 밥 없이 볶음만 나오고, 어느 식당에서는 밥 위에 얹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 맛이 어땠냐고? 먹자마자 생각했다.


'우리 엄마 요리 잘하는 건 알았지만 한 번도 못 먹어 본 요리도 잘하네?'



태국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공심채 볶음들



재료 (2인분)


- 공심채 360g

- 페퍼론치노 4~5개

- 다진 마늘 1T

- 식용유 4T

- 피시소스 1.5T

- 굴소스 1.5T


- 밥


- 땅콩





만들기


1. 공심채를 잘 씻어 손가락 정도의 길이로 자르고 줄기와 잎을 따로 둔다.

2. 팬에 다진 마늘과 페퍼론치노, 식용유를 넣고 마늘이 노릇해질 때까지 중불에서 볶는다.

3. 뻣뻣한 줄기 부분을 먼저 넣고 피시소스와 굴소스를 넣어 볶는다.

4. 줄기가 살짝 숨이 죽으면 잎 부분을 마저 넣고 볶는다.

5. 접시 한쪽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공심채 볶음을 올린다.

6. 볶은 땅콩의 껍질을 까고 부숴서 올린다.




Tip


1. 공심채의 줄기와 잎을 동시에 넣으면 줄기가 너무 뻣뻣하거나 잎이 너무 숨 죽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시간차를 두고 넣는다.

2. 땅콩은 선택 아닌 필수! 없으면 빼고 먹으라 할 수 없을 만큼 땅콩의 역할이 크니 꼭 얹어서 먹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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