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나는 겨울 아이다. 추위 중에서도 강추위 시즌에 태어났다. 사주를 보면 물(水)에 해당하는 사주인데,
불(火)이 없으니 꽁꽁 얼어붙은 추운 사주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추위에 극약 하다.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은 날다람쥐처럼 몸이 가벼운데, 추위가 다가오는 낌새만 느끼면 벌써부터 몸이 움츠러든다. 차라리 동남아에 사는 게 나을까 진지한 고민까지 했던 사람인데, 올해 처음으로 겨울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캐롤, 크리스마스, 밤이 예쁜 계절, 줄 서서 먹는 잉어빵 단골가게, 내리는 눈. 겨울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이제는 차가운 공기가 주는 계절감도 그리 나쁘지 않다. 어떤 강추위에도 든든한 시베리아에서 입을 법한 롱패딩과 목도리, 장갑, 마스크, 모자까지 완전히 무장하면 되니 말이다.
자그마한 둘째의 손을 잡고 걷는 데 아이가 묻는다.
"엄마~ 엄마는 어떤 계절이 제일 좋아?"
"음... 엄마는 봄!"
"왜?"
"날씨도 포근하고, 새싹도 돋고, 꽃도 피잖아!.
우리 딸은 어떤 계절이 제일 좋아?"
"나는 겨울! 왜냐면 눈이 내리잖아.
그리고 엄마 생일이 있잖아!"
아.. 엄마 생일이 있어서 겨울이 좋다니...
예상치 못한 아이의 대답에 마음이 찡.... 울린다.
나는 내가 태어난 계절을 이제껏 좋아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태어난 계절이 그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는구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유다.
아이는 때때로 눈처럼 맑은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저 너라서 좋다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좋다고.' 부족하고 못난 나를 내보여도 엄마가 최고라며 세상 가장 행복한 얼굴로 품에 안긴다.
아이 덕분에 겨울이 좋은 이유가 사랑으로 채워진다. 내가 태어나서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