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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Nov 26. 2023

신발 벗는 예의, 신발 신는 예의

미국과 한국 신발 착용 문화 차이

미국에 와서 친구를 사귀고 서로의 집에 드나들기 시작하면 가장 처음 부딪치는 '서로 다른 예의 문화의 충돌'은 바로 이 '신발을 어떻게 하오리까' 문제다. 친구는 신발 신고 그냥 들어오라고 하지만, 흙 묻은 신발을 신고 집 안을 돌아다니기가 내 마음이 편치 않고, 개까지 끌고 나타난 친구가 신발을 신고 내 집에 들어와서, 깨끗이 닦아 놓은 바닥에 흙을 이리저리 묻히고 돌아다니는 경험을 겪고 나면 다시 부르기가 너무나 부담스러워진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남의 집에 신을 신고 들어오는 것이 무례한 것이고

미국 사람 입장에서는 내 집에 온 손님에게 신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무례한 것이다.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는 것은, 내가 속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보편적으로 믿는 마땅히 할 도리,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여 행동하는 일이다. 어쩌다 미국과 한국은 옳고 그른 것이 정반대가 된 것일까.


'예의'라는 것은 그것을 옳게 만들고 그르게 만드는 배경 상황에서 비롯된 문화적 신념에 근거해서 태어나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라고 다 실내에서 신발 착용에 관해 동일한 예의 문화를 가진 것도 아니며, 유럽, 서구권도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고, 한 나라 안에서도 생활수준이나 직업, 지역, 시대에 따라 다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만 따져보아도,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던 시골 초가집을 생각해 보면, 집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고, 부엌은 흙바닥이었으므로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했고, 집 안으로 들어갈 때는 대청마루 아래 돌담 위 (실외)에 신발을 벗어 놓고 들어갔다. 대청마루와 방은 할머니가 수시로 쓸고 닦아 깨끗하게 유지하였다. 우리 부모님은 도시 - 부산-으로 와서 자리를 잡고 사셨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살았던 우리 집과 친구들 집을 생각해봐도 많은 단독주택들은 부엌이 시멘트 바닥이나 타일로 된 집이 많아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했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파트는 부엌이 따뜻한 실내의 일부이고, 연탄불 아궁이 대신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거실을 바라보는 구조로 서구 양식으로 지어진 데다, 부엌살림 수납과 쓰레기 처리도 훨씬 편리했으므로 여자들 - 많은 경우 부엌살림을 도맡아 하던-이 무조건 아파트를 선호하는 시대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아파트가 습식 화장실로 지어졌으므로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했다. 요즘은 아파트도 새로 짓는 단독주택도 모든 공간을 신발을 신지 않고 드나들 수 있도록, 부엌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도 건식으로 짓는 집이 많다고 들었다. 나는 1990년대 말에 미국으로 왔으므로 그 이후의 새로운 한국 주택 건축 추세는 티브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보이는 것 외엔 잘 모른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예의라는 것은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점이다. 


한국만 해도 시대의 변화와 건축 양식의 변화에 따라 신발을 신고 벗는 문화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조금씩 달라진 문화들이 있으며,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어떤 나라들은 학교와 종교 사원 안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무례한 일일만큼 굉장히 실내에서의 신발 착용에 대해 엄격한 반면, 중국에서는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실내에서 신지는 않지만, 다른 동양권 문화보다 실내화를 많이 착용하는 편이며, 한국에서도 집을 제외한 다른 공간에서는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는 편이다. 서구권 문화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실내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고 해서,  미국과 서구권의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서 정확히 신발 문화가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곳에서는 1층에서만 신발을 신고, 2층에 올라가기 전에 신발을 벗어야 하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2층, 침대 위까지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이 허용되는 곳도 있으며 유럽 국가 중에서도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코로나 마스크 문화를 보면, '예의'도 시대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해가 된다.


 최근 지인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자동차를 가져가는 한 방법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대륙 횡단을 했다. 이들 가족은 미국 어느 곳에서도 무례하거나 개념 없게 보이지 않기 위하여 노력을 했는데, 동부를 지나는 동안은 가게나 휴게소 화장실을 들러야 할 때 계속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남부 텍사스 근처에 가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총을 받는 분위기여서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고 한다. 마스크 하나를 가지고도, 지역 문화에 따라, 각 사람이 믿는 신념에 따라 '예의'의 개념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보면서, 신발이나 다른 여러 가지에 대한 다양한 관념과 문화들이 만들어 내는, 때론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예의들'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미국이라는 곳은 문화의 다양한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에서 교수님들과 친구들 집, 플레이 데이트를 하며 여러 가정집을 방문했던 경험을 종합하자면, 정말 천차만별이었다는 것. 여러 나라 여러 문화권에서 온 사람이 섞여 사는 나라인 만큼, 집집마다 굉장히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람처럼 집에서 신발을 벗는 집도 있고
아예 양말조차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는 집도 있고
슬리퍼를 입구에 쌓아놓고 착용하게 하는 집도 있고
신발 신고 들어와서 여러 층을 다 돌아다니게 하는 집도 있고
신발 신고 들어오되 1층, 혹은 특정 공간에서만 머무르게 제한하는 집도 있고


다른 나라의 경험은 없어서 모르겠으나, 미국은 전반적으로 손님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것을 무례하게 여기는 사고의 경향은 다분히 있다. 


본인들이 집에서 신발을 벗고 지내더라도, 집에 온 손님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신발을 벗어주기를 요구받을 때 당황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시안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도시에서 아파트나 스튜디오 같은 공간에서 생활 경험을 가지면서, 집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결정적으로, 신발을 신고 벗는 문화의 옳고 그름은 집의 구조와 그 집을 사용하는 방식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의 옛집들은 집의 규모와 상관없이 부엌이 집과 따로 존재했고, 창고나 일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 또한 집과 따로 존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하는 공간 (마당, 창고, 부엌,...)에서는 일하기 편리하게 신발을 신고 드나들며 생활했지만, 집은 땅바닥보다 조금 높은 곳에 지어져,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좌식으로 생활하는 공간이었다. 온돌이라는 난방시스템 때문에 이런 식의 집 구조와 좌식 문화가 만들어진 영향도 있으므로, 난방방식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동부 역사 도시의 유적지들을 돌아보며, 17-19세기에 지어진 미국 집들을 관찰하고 느낀 것은, 

미국을 다스리기 위해 건너온 영국 귀족의 집이건, 
사업을 크게 하는 부호의 집이건, 
그 영국 귀족과 부호의 집 마당 한 구석에 오두막을 짓고 생활하는 노예의 집이건,
가난한 개척 이민자들이 지은 통나무집, 흙집이건, 
도시에 다닥다닥 붙어 지어진 로우 하우스 건, 

모두 1층은 불 때는 벽난로(Fire Place)가 있고, 많은 경우 그 벽난로 자체가 부엌의 중심이며, 일하는 사람들과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들이 드나드는 장소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Wyckoff House hearth. Photo by Susan De Vries

개척시대 광대한 자연을 일굴 물자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대의 사람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했다. 아예 흙바닥을 그대로 두고 엉성한 흙집(Sod House, Soddies)을 겨우 만들어 생활한 경우도 많았고, 나무 바닥을 깔았어도, 하루 종일 흙 묻은 신을 신고  드나들며 일하는 공간이므로, 1층은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개척시대 흙집 (Sod House), 사진출처: https://www.pinterest.com/merry2merry/_created/


개척시대 흙집 (Sod House) 내부, ©jberger4545 사진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28954565@N05/2703399357/ 

들어가면 흙바닥과 불 때는 벽난로 하나밖에 없는 1칸짜리 노예의 집들도, 나무로 여러층의 침대를 짜거나, 2층을 지어, 1층 바닥에서는 신발을 신고 생활하고 자신의 침대에 올라갈 때만 신발을 벗는 문화를 '옳은 것'으로 만들었다. 

노예 집 (Slave House), 사진출처: https://spartacus-educational.com/USAShousing.htm
노예 집 (Slave House) 내부, 사진출처: https://mapio.net/pic/p-23957216/


영국, 프랑스에서 온 귀족들의 경우, 그 시기에 신발은 매우 귀한 럭셔리 소지품으로, 땅을 밟은 더러운 것이라는 생각보다 장인이 만든 명품 액세서리로 취급하여, 옷장에 옷과 신발을 함께 보관하곤 하는 의복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신을 신고 방까지 가서 옷장에 신을 보관하는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국 귀족들의 실내생활을 보여주는 그림들, 사진출처: https://janeaustensworld.wordpress.com/tag/18th-century-dressing-rooms

또한 서구 문화권의 전통 난방 시스템은 주로 벽난로를 때서 공기를 덥히는 방식이었으므로, 공간이 클수록 난방효과가 떨어져 추위 때문에 실내에서 신발을 착용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많은 유럽계 미국인들, 서부 개척시대부터 미국에 대대로 살았던 미국인들은, 부모와 조부, 그 위의 조상 때부터 하던 문화가 남아, 신발을 방까지 신고 가서 옷장에 보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1층에서 손님의 신발을 벗게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도시에 나와 현대적인 건축 양식을 경험하거나, 여러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굳게 믿고 있던 문화와 관념에 대해 되돌아보고, 어떤 것이 더 위생적이고 효율적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미국인 가정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겨울철 우리 집은 바닥이 너무 차다. '온돌 난방'을 하는 집이면 얼마나 좋을까 심히 바라지만, 한국에서 건축 기술자들을 불러와 집을 다시 짓지 않는 이상 바랄 수 없는 일이므로, 나는 겨울철에는 집에서 털신을 신고 지낸다. 손님이 겨울철에 우리 집을 방문한다면, 손님 발이 시리지 않게 '털신 권하기'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예의'일 듯싶다. 

 




이 글은 2020년에 써서 발행했던 글을, 연재 브런치북으로 묶기 위해 재발행한 글입니다. 


대문 그림 설명: Louis Rolland Trinquesse, An Interior with a Lady, Her Maid, and a Gentleman, 1776, oil on canvas, https://www.nga.gov/features/exhibitions/america-collects-chronolog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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