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토록 추웠던 날에
흰 눈이 세상을 덮어버린 그 날에
신발도 벗어놓은채 떠나셨지요
주위를 둘러보고 뜨락으로 뛰어가보지만
그대의 발자국은 눈에 덮여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 없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대의 소식을 물어도
말없이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만
겨우내 그토록 시리게 하얀 눈만 흩날렸습니다
봄비가 내리던 날
빗님에게 들었습니다
보슬거리며 귓속말로 잘 지내노라고
빗물과 함께 그저 흘려보내라고
이제는 잊고 살라고
나직히 속삭입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리쬐던 햇살이 기쁨을 담은 소식이었고
쏟아지던 함박눈이 아련한 마음을 담아 보내온
소식이라는 것을요
매일 내곁에 불어오던 바람으로 맴돌고 돌아가기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곁에 머문다는 것을요
빗님이 또 언제 오시려나
그대의 소식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