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파에 맞선 단단한 모습. 무념무상.
바위를 바라보고 있자면
와!
감탄, 그 이상의 감정이 올라온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바위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모습으로 거센 비, 바람, 거대한 폭풍에도 굴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음에 그 앞에서 괜히 웅장해지는 듯한 단단한 마음가짐을 불러일으킨다.
돌을 사전적 의미로 보면 '흙 따위가 굳어서 된 광물질의 단단한 덩어리'라고 한다.
바위를 사전적 의미로 보면 '부피가 매우 큰 돌'이라고 하고.
잔바람에도 날리는 흙이 굳어져 단단한 덩어리가 되고, 그 기간이 더 길어져 바위가 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그 견뎌온 시간 앞에 숙연해지며, 어떤 세월의 풍파에도 끄떡없는 모습에 경모 하는 마음까지도 우러난다.
산에 놓이면 산에 놓이는 대로, 물에 놓이면 물에 놓이는 대로 모습을 갖춰간다. 바람에 깎이든, 물에 닳든.
그렇게 깎이고 닳아도 여전히 돌이다.
세상 풍파에 맞선 단단한 모습.
세상을 살아가며 갖춰야 할 나의 내면.
그 단단한 내면.
단단함.
담담함.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중심.
그것을 배우게 된다. 돌을 통해서.
모든 것이 열려있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현시대.
넘치는 재력과 능력.
뛰어나고 빼어난 미모.
일부러 찾거나 보려 하지 않음에도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온다.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교되어 비쳐지고, 왠지 다들 따라가는 현상에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직 어린 초등아이는 그런 것에 더 민감한 것 같다.
특히나 현재 갖고 있는 결핍에 대한 부분에 대해 더 강하게 비교하며 낙담하곤 이런 표현들을 한다.
"누구네는 외국 여행을 한 달간 간대요."
"누구네는 제주살이를 간대요."
짧은 여행이라도 하고 살 수 있는 기쁨. 그에 대한 감사함이 빠진 저 마음들.
그래서 순수하고, 그래서 어린이지 싶다.
그래서 그 순수함이 예쁜 것.
아이가 나처럼 받아들이고 산다면 어린아이가 아닐뿐더러, 순수함이 없어 예뻐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투정 끝에 아이의 손을 잡고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보듬어주고, 언젠가 좋을 날이 올 거라는 얘기도 하며, 그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자고.
돌이 가르쳐준 삶을 향한 태도.
단단하고 담담하게.
때로는 돌의 마음처럼 무념무상으로 다 떨쳐내고 텅 빈 상태로 나를 만들고 나면, 지금 살아가는 삶 속 일상에 감사하고 그것이 행복임을 알아가게 된다.
깨어져 모난 돌이 된 적이 나라고 없을까.
살다 보니 닳고 닳아 둥근 조약돌처럼 살아가는 것이지.
둥글다는 단어로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속리산 복천암에 갔을 때의 일이다.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당시엔 그 의미도 모르고 그 말이 재미있어서, 엄마 손을 잡고 산길을 내려오며 노래하듯 읊었다. 깡충깡충 토끼걸음하며 엄마손을 흔들면서.
인생살이 둥글둥글 감자같이 둥글둥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그 법문. 다른 많은 말씀도 있었겠지만 그 말씀들은 기억에 없고.
재미있어 노래로 부르던 한 문장이 고스란히 내가 살아가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되어있음을 본다.
돌을 보며 단단해진 내면도 갖춰진 둥근 조약돌처럼, 그렇게 둥글둥글 살아가지 뭐 하면서...
대문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