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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26. 2024

지키기 위한 약속 (간병 가이드)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중이다....

정음의 병은 소아뇌종양 수모세포종이다. 그 중 이는 악성뇌종양에 속한다. 정음의 소뇌 부분의 5cm 정도의 종양은 제거했으나 뇌간에 남아 있는 치명적 종양들은 전이와 재발을 요하기에 이제부터 항암과 방사선,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음의 병은 뇌암으로 분류된다.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 방사선, 항암화악요법이 앞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미 정음은 척추 항암제 투입이 시작되었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항암 시작이다..대부분의 항암제는 정맥으로 투여된다 한다. 이미 정음은 히크만 카테터 수술을 했기에 앞으로 그 부분을 통해 각종 수혈, 피검사, 항암주사 투여 등이 이뤄지게 될테다. 피 검사를 할 때 마다 정음의 몸 밖으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피를 보고 있자면 봐도 봐도 적응은 잘 되지 않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지 모르겠다. 



항암 등 치료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물론 낫기 위해 필수라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는 각종 장애와 후유증을 발생 시킨다. 조직 궤양 및 괴사, 국소염증 등을 일으키는 약물 특히 요 주의. actinomycin D, vibcrisine, vinblastine, anhracycline, miomycin D. 통증이나 발적을 요할 수 있다. 기타 과민 반응도 각오해야 한다. 유발 약물은 L-asparaginase, etoposide, carboplatin, bleomycin 등. 정음의 회복력과 상태에 따라 달려 있지만 예상되는 모든 부작용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 피부 가려움, 발진, 열감 호소 및 심하면 호흡 곤란, 오한, 빈맥, 저혈압, 쇼크 발생. 그래서 이 병의 환우들은 응급실에 자주 간다 한다. 그러니 내 머릿속으론 또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송도로 이사하면 안되겠다 싶고 일단 현 거주 동네에 머무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다시 급속도로 뻗친다... 



삼성서울 별관 0802 병동의 하루는 계속 흐르고 있다... 여기서 일단 할 수 있는 걸 다 배우고 또 해 나가면서, 가정간호도 익혀야 한다. 







정음을 낫게 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치료가 예상된다. 항암 뿐 아니라 방사선. 특히 양성자를 위해 나는 삼성서울을 택했다. 그리고 조혈모세포이식.. 골수 및 말초 혈액 제대혈 등 이용. 무엇보다 호중구 (ANC) 를 주의해야 한다. CBC (전혈구수) 검사 통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확인. 이 중 전체 백혈구 중 호중구 (ANC) 가 차지하는 부분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주의할 숫자는 '천' 기준. 1,000/mm3 이하부터 감염 요주의, 500으로 떨어지면 격리실 즉각 사용. 적혈구와 혈소판 감소 상태를 파악하여 수혈 여부 및 수치주사 투여 결정된다 한다. 정음의 호중구 감소 상태에서 만약 열이 나면 정말 위험. 무조건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각종 세균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다. 원인으로는 호중구 감소, 면역력 변화, 영양 결핍. 그래서 앞으로 아니 현재 정음에게 수시로 이런 것들을 해 줘야 한다고. 머리와 몸. 내 온 에너지를 이 행동들에 쏟아야 한다. 



양치, 가글, 좌욕 규칙적 
정음을 비롯한 모든 접촉 가족들은 손 자주 씻기. (화장실 다녀오면 꼭) 
샤워 자주 시켜주기 
피부 건조하면 상처 나기 쉬우니 로션 잘 발라주기 
옷 매일 갈아입히고 기저귀 요주의 
생화, 화분, 어항 등은 가까이 절대 두지 않음 
사람 많은 장소 피하기
방문객 제한 마스크 착용
기타 정음 식기류 모두 살균 소독. 



정음 치과 치료도 생각해야 한다. 치석 제거, 치아 교정물들은 없어야 하는데 다행히 아직 교정 하지 않은 상태. 호중구 1천 수치 기억하면서 그 이상일 때에만 치과 치료 하기. 정음의 구내염 발생 방지를 위해 특별히 구강 관리 해 줘야 한다. 


하루 3회 수시로 가글. 
호중구 낮을 때 2시간 간격 실시 가글 후 30분 지나서 음식 먹기, 
그리고 다 먹고 또 30분 후 가글 시행
구강 통증 있으면 리도카인 가글 하고 30분 지나서 통증 없어지면 부드러운 음식 부터 섭취 






현재 정음은 먹는 즐거움(?) 으로 밥차를 기다리며 병동생활을 버티고 있다. 현재 항암제 투여 시작되었기에 모든 식단은 준멸균식으로 나오고 있다. 향후 가정간호 때도 마찬가지다. 사는 말해 뭐할까. 지켜야 할 것이 많다. 확실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나는 계속해서 머리와 심장으로 수능공부하듯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외식은 가급적 금지. 집에서 팔팔 끓이거나 익힌 조리한 음식 2시간 이내 섭취. 
날것 금지, 신선한 재료 먹을 만큼만 조리 
냉면 육수도 끓여서 식힌 후 먹어야 하고, 물도 정수기 물 금지. 모두 끓여서 다시 냉각시킬 것 
찍먹인 정음에게 다행히 소스와 고기 분리, 모두 다시 한번 데워서 혹은 불에 볶아서 먹일 것 
면역 기능 떨어진 (호중구 감소) 때는 무조건 익힌 음식 먹이기
생야채, 생과일,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가급적 제외
멸균우유 가능 
치즈나 생김치는 호중구 500이하엔 무조건 금지! 
껍질 벗길 수 없는 생야채나 과일 (딸기 포도) 도 금지 
구토 증상을 대비해서 각별히 또 주의하고.....
기타 등등등........


오늘 아침 뚝딱이었지. 늘 잘 먹어줘서 정말 고마워... 먹을 수 있을 때 일단 먹어 두자....



정음 가슴 쪽에 달린 중심정맥관도 관리해줘야 한다. 히크만 카테터가 정음 가슴팍에 꽂혀 있으니 이를 주기별로 소독해줘야 한다. 관이 막히지 않도록 해파린 용액도 주입해야 한다. 목욕할 때 달랑달랑한 줄이 있으니 감염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수시로 체온 체크해주면서 38도가 넘으면 응급실 가기.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게 구토인데, 만약 구토가 심하다면 바로 응급실행이다. 



여기까지. 현재 0802 병동에 있지만 언젠가 왼쪽 편인 조혈모세포이식 병동에도 가 있을까... 8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만감이 교차한다. 천장 위에 달린 우주 행성 모양의 알록달록한 전등이 눈에 들어온다. 정음과 하늘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날을 상상한다. 이제는 바라는 게 명확해졌다.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일상의 모든 평범한 순간들.... 



왼쪽과 오른쪽 사이... 


너에게 그 평범함을 다시 되찾아주길 소원하는 나는..

네가 지금 자고 있을 때. 노트북을 연다. 전자책을 비롯한 각종 자료들을 낱낱이 살핀다. 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서 이해하고 입 밖으로 말할 수 있을 때 까지 계속 공부한다... 가정간호가 무척이나 염려스럽지만. 사전에 간병가이드를 이렇게 매일 복기하고 또 복기하면서. 



자는 네 모습을 바라본다..... 어제 너는 너의 1분 쌍둥이 형을 보고 싶다고 외쳤었다... 

두 사람이 곤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나를 ...원망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다시 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꼭.. 


아침 후 낮잠. 여기 와서 그래도 잠을 잘 자 주니 너무 고맙다.... SMC 감사함....


이 사진을 안 보려 노력하지만.........그리워서 꺼내 보게 된다...... 이 평범함이 귀함으로 바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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