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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27. 2024

항암 1회 차, 1일 (Day-0)

A플랜 1일 차 5/28 , 항암 Day-0

A플랜 2일 차 5/28 , Day-1

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정신없었다. 8시가 다 되어 일어난 정음은 그대로 아침을 한 숟갈 떠먹다 말고 뼈 스캔을 위해 주사를 맞으러 이동해야 했다. 오전에 주사 맞고 오고. 엑스레이 찍으러 다시 가고. 30분 정도 있다가 다시 뼈 스캔 하러 가고. 그리고 동시에 양성자 센터에 위치한 치과 진료에 이르기까지. 쓰고 나면 별 게 아니겠지만 사실 거동 못하는 정음은 모두 이동 침상으로 누워서 이리저리 이동하는 중이다. 그리하여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가 돼서야 병동에 도착... 그제야 이미 식어버린 점심밥을 겨우 챙기려던 즈음.



아침부터 이리저리;



재활 협진으로 주치의 선생님의 등장. 이리저리 행동 확인 후 선생님과 짧은 면담을 한다. 패럴 하게 항암치료와 동시에 재활도 할 수 있겠으나 우선 치료하면서 재활을 적극적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음. 다만 수치 좋을 때 살살(?) 해볼 수 있겠으며 그전에 근처 재활전문병원을 알아보는 것도 추천. 더불어 먼저 말씀해 주신 '장애인 등록' 관련 내용들... 이미 어느 정도 등록 진행 가능한 시점은 진단 후 6개월 지나야 정식 등록이 가능하나 이리저리 사회복지사 통해서 확인해 보면 미리 등록 및 관련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지금 그걸 챙길 정신은 없다. 후순위로 미뤄둔 채 일단 정보 킵.



재활 선생님 가시고 다시 담당 간호사께서 들어오신다. 여전히 정음은 점심을 먹지 못한 상황에서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다. 지친 기색으로. 연신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을까...



'항암 들어가셔야 해요.'



요추 천자 하면서 척추에 맞은 MTX 항암제는 사실 예고편에 불과하고 오늘부터 본 편. 정음의 스케줄표가 나왔다. 그때부터 긴장. 그러면서 동시에 오늘은 이상하게 정신이 빠진 기분이다. 너무 바쁘게 이리저리 다닌 것도 있지만 일단 무엇보다 퇴원 불호령이 떨어진 이상 - 당장 이번주라니; - 집 알아보고 당장 거처 강구해야 하고 진퇴양난.... 머릿속이 혼재하다. 한 시간 거리인 친정으로 가기엔 무리수고 그렇다고 계단만 있는 집으로 정음을 엎고 갈 수가 있을지. 응급실 자주 가야 할지 모르는데. 그러면서 몸은 어쨌든 실행력 가동해 움직이고 있다. 되는대로 알아봐 둔 휠체어 대여. 기타 등등...



스케줄표가 나왔다. 1회 차 시작, 수첩엔 Day - 0로 열체크 기록.





오늘 투여한 항암제는 총 3종. 2시에 우선 화이자 Vincristine  110mg 이 들어간다. 탈모, 변비, 혈소판 감소증, 지각상실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이 항암제는 쉽게 멍이 들고 출혈 발생 혹은 호흡곤란, 배뇨 시 작열감 등을 동반한단다. 치료로 탈모도 발생.



오후 3시 30분. 두 번째 항암제가 들어간다. Etoposide 90mg. 골수억제, 발열, 기침, 구토, 복통, 구내염, 홍반, 권태감 등 발생 부작용, 투여 중 투여부위 열감이나 자극감 통증 등을 염두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시 30분에 들어간 Cisplain 110mg. 약 8시간에 거쳐 투여되는 이 항암제는 구역, 구토, 식욕부진, 감염, 빈혈, 피로감, 신장기능저하 등등의 부작용이 있다... 소변량 유지 위해 물 많이 마셔야 하고 구토에 대비해야 함. 그래서 항암제 투여 전에 항구토제 (알록시 주)와 스테로이드 (덱사메타손) 그리고 만니톨 등이 사전에 투여되고 있다...



검사 마치고 늦은 점심 먹으며 항암제 투여 받고 어느새 잠든 너...




오늘은 나름 많은(?) 것을 했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도 피로감과 동시에 긴장감이 급하게 밀려온다. 특히 중간에 직접 얼결에 시행해 본 히크만 쪽 소독. 포비돈스틱. 메딕스.... 용어가 제법 익숙해지려 한다. 다행히 헤파린 주입은 당장 내가 하지 않아도 될 것...(같으나 언젠가 하게 되긴 하겠지..;) 별 거 아니라지만 여전히 봐도 봐도 적응은 잘 되지 않는다. 가정 간호 할 때 앞으로 저 달랑달랑 두 주사줄. 잘 관리해줘야 한다. 감염 요주의. 첫째도 감염 둘째도 감염 셋째도 감염.... 절대 열과 감염 발생에서 너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너를 지키다 보면 나는 반 간호사가 되어 있을까...





저녁 6시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 저녁식사가 도착했음에도. 밥대장인 정음은 밥차만을 기다리며 병원생활을 지탱해 왔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내내 쿨쿨 잠들어 있다. 그 틈을 타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틈새 시간으로 현재 노트북을 두드리며 오늘 하루를 복기해 내는 중이다...



항암 A 스케줄은 3일짜리 입원 버전. 월화수 맞고 원칙상 목요일은 퇴원이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정말 긴장 모드다. 그리고 7일 차에 빈 크리스틴 맞기 위해 다시 외래 와야 한다. 그전에 수시로 정음 상태나 피검사하기 위해 또 외래를 와야 한다. 잦은 외래... 그것을 위해서라도 되도록 병원 근거리에 있어야 한다.



생각은 여전히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에 거처를 고민하는 중이다. 친정은 너무 멀다. 다만 격리에 안전적이고 정말 위생적인 환경임은 자부한다. (친정어머니는 살림 청소 요리 만렙... 말해 뭐 할까)  반면 우리 집은 그에 비해 가깝다. 그러나 우리 집은 모든 것이 정음에게 불편한 동선...이다 (일단 쥐약은 계단... 거동 못하는 널 어떻게 그 계단 위로... 안전하게 가능할까... 격리할 순 있을까)



크림케이크가 당긴다. 정말 우습게도 짝이 없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이상하게 엄청나게 달고 느끼한 무언가를 갈망한다...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단 신호일까. 급한 대로 단팥빵 하나를 입에 문다. 그리고 반쯤 허겁지겁 먹을 즈음 시계를 본다. 30분 기준으로 열 체크를 한다. 37.4도. 37.8도. 다시 36.9도... 열 그래프가 그려진다. 그리고 동시에 내 마음은 널뛴다. 너의 열에 맞추어.



너무 잘 자고 있어서 꺠우질 못하는 지금....



일어나면 저녁을 잘 먹어주기를. 다행히 오전에 말끔히 씻기고 좌욕해 주면서 대변을 잘 봐준 네게 너무 감사했으니. 오늘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항암제들이 네 온몸 구석구석 퍼지면서 동시에 찾아오는 여러 부작용들을 무사히 견디며 무탈하게 넘겨주기를...



정음아....................사실 나는 많이 무섭다... 지금 혼자인. 나는.... 정말이지 두렵다... 금세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심정이지만.



눈물 흘릴 여유 조차 사치다. 솔직히 눈물 보다 현실밀착형 고민만 쌓여서 정말 정신이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나아가는 중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혼자가 아닌데 혼자인 기분에 휩싸인다... 그래도 너를 잘 지키고 싶다. 난 지킬 것이다... 난 할 수 있고. 우리는 할 수 있겠지...



(모든게 처음이라 두렵고 막막할 뿐인데, 언젠가 돌이켜 보면 별 일 아니게 생각될 기억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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