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떠난 너에게 쓰는 편지
2020년 4월 25일.
파도 1
날쌘 바람
흠뻑 젖는 바닷물
나를 향해 파도가 밀려온다
하지만 닿을 수 없다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보고자 하면 하염없이 다가오지만
닿지 못하는 너와 나
그 거리로도 우린 충분했다
문득 생각이 날 때
너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한 번쯤 울기도 하겠지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가
너에게 삼켜버림을 당하는 짓을 하지는 않겠지
우리에게는 이 정도의 거리가 딱 정당하니까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본연의 가치로 빛날 거니까
파도 2
멀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오니까
깊이를 알 수 있는 것 같아
역동적인 너의 모습도 볼 수 있고
냄새도 맡을 수 있어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서
어떤 성격인지
어떤 사람인지
볼 수 있어
그렇다고 해서
가까이 가야만 알 수 있는 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야
멀리서 보아도
황홀할 정도로 아름 운걸
출렁거림도
몸부림도
다 멋지고 훌륭한걸
그렇게 그렇게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
있는 그대로 나아가렴
난 너를 그렇게 바라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