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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스트 Sep 02. 2024

파도

Colors of the Wind





 꿈을 꾸곤 하였습니다. 

바람의 빛깔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를요. 

그 사람이 당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Colors of the Wind라는 노래를 통해 

인종, 나라, 언어 모든 것이 다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같다면 

우리는 사랑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대를 알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말했습니다. 

파도 속으로 숨을 참아 잠기는 그대 자신을요. 

비와 물결을 피해 잠기는 그대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라앉으려는 당신에게 손을 내미고 싶었습니다. 

파도가 치는 물결에 몸을 맡겨 흘러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파도에 몸을 맡긴다면, 

어떻게든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 어리석었던 나는 쉽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대는 오랫동안 품었던 음악을 직접 연주해 주었습니다. 

참 따스한 마음과 설레는 감정들이 나를 휩쌓았습니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아름다운 빛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대에게 마음을 전부 열어도 될까요?


  우리는 함께 미래를 그리고 약속하고 노래했습니다.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아름다움에 빠졌습니다.

 당신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대여. 



  어느 날, 당신은 말했습니다. 

내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말이죠. 

당신은 언제나 솔직하게 전부를 말하지만, 

난 언제나 굳게 우뚝 서있다고 이야기했죠. 

비밀스러운 제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모든 걸 다 말해주길 원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도 당신은 날 사랑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두려웠지만 당신을 믿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허나 역시나 섣부른 판단이었을까요?    



  아, 그대여. 

당신은 나를 놓아버렸습니다. 

우리는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대, 

어리석은 내가 당신의 아픔을 건드린 걸까요?

 관계를 끊는 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트라우마에 갇힌 난, 너무 어렸습니다. 

굳게 우뚝 서 있던 것은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에 

마지막 남은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것이었나 봅니다. 

당황한 당신의 모습에 마음이 무너졌고 

당신에게 미성숙하다고 하였으나, 

미성숙한 것은 나였습니다. 

애처로움과 간절함이 당신께 닿지 못했습니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습니다.



  아, 당신. 

얼마나 외로웠나요? 

파도 속으로 숨을 참아 잠겨버리는 당신. 

이제는 내가 숨을 참아 파도 속으로 잠기어 버립니다. 

그대의 감정이 지금의 내 감정이 되어 

깊은 잠수를 내게 허락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파도 속을 휘저어봅니다.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지만 아무것도 닿을 수 없습니다. 

당신, 

밀려드는 짙은 밤을 피하려고 어느 깊이까지, 

어느 어둠까지 숨어버렸나요. 

당신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대에게 멀어지고 나서야 

당신이 느꼈을 외로움이 저에게 밀려옵니다. 

고통을 허락합니다. 

를 열어 깊은 바닥까지 휘저은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당신의 깊이까지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바람의 빛깔로 물 들었던 당신, 

내 곁을 떠나 나는 또 버림을 받고 

가슴에 상처가 남아 못이 박혀 난 흘러내리고야 맙니다. 

오 그대여, 

이런 나를 내가 주워 담을 수 있을까요? 

피로 박힌 못을 빼어낼 수 있을까요? 

텅 빈 구멍을 메꿀 수 있을까요? 

그대여 어디에, 

내 사랑. 

떨려오는 가슴을 쥐어 잡고 나는 진정하려 애를 씁니다. 

언제쯤 언제쯤…. 

나는 완성될까요?     




  2022년 어느 날,








   당신은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벌을 줬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알게 됐습니다. 

나의 행동이 나의 상처로 인한 것이 아닌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요. 

내가 많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버림받았던 아이는 더 이상 버림받은 아이가 아니게 될 수 있을까요? 

당신과는 이별하였지만, 

내가 정말 당신을 원했나 다시 돌아봅니다. 

어쩌면 난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지 못했나 봅니다. 

있는 그대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졌었다고 자만했었지만, 

난 사실 당신을 통한 구원을 바랐나 봅니다.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게 내민 손을 잡고 싶었습니다

파도 속으로 잠기어 버리는 당신, 

몸을 맡기어 흘러가길 바랐지만 

진정으로 흘러가야 했던 건 당신이 아니라 나였습니다.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제는 이 글에 마침표를 짓고 싶습니다. 

구원을 바라는 손이 깊은 바닷속으로 잠식해 갑니다. 

손을 잡아끌어 올리어 마침내 안아줍니다. 

두려워 말고 온 마음을 열어줍니다

진정한 구원과 사랑은 제 자신에게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나를 완성시켜 줄 수는 없음을


모든 비밀은

내 안에 깃듦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완성이 됨을


완전할 수 있는 선택은

내게 있음을





  2024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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