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골프는 약간 예민한 면이 있다.
어떤 날은 잘 되고 어떤 날은 안 되는 게 골프인데
거기 상대방 여자에 대한 비교가 더해지며
상당히 심각하게 꼬여 들곤 한다.
하물며 애인 관계에 있어서랴.
잘 된다고 마구 기뻐할 수도 없다.
만약 상대방 여자가 잘 안 된다면 도리어
혼자 잘 되는 것이 미안하게까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지수와 서연이 그랬다.
이상하게 쎄컨 샷에서도 써드샷에서도
서연은 심하게 뒤땅을 치고 있다.
"뒤땅은 남의 땅~ 독도는 우리 땅~"
지수가 뒤땅을 치면 남편은 달려와
노래처럼 흥얼거리며 놀리곤 했다.
서연의 뒤땅엔 아무도 그런 말로
놀리지 않는다. 지수 남편도. 그의 친구도.
그래서일까. 홀로 그녀는
더욱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반면 지수는 오늘 공이 아주 잘된다.
가볍게 쓰리온을 하고 꽤 길었는데 땡그랑~
기적같이 원펏을 하며 나이스 파! 를 기록한다.
열다섯 번째 클럽 자신감으로 단단히
무장해서일까. 마음은 루루랄라 행복이면서
공도 빵빵 아주 잘 나간다.
"그래.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야."
신나는 그녀와 달리 서연은 자꾸자꾸
쪼그라들고 있다. 어둡고 또 어둡다.
신나는 지수 앞에서 픽픽 앞으로 고꾸라지게
공을 치는 서연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지수는 느낄 수 있다.
차갑게 가라앉고 있는 그녀 마음을.
지수도 그랬다. 유난히 안 되는 날이 있다.
그게 부부 골프일 경우 괜히 창피하고
상대방 여자와 비교되고.
그것은 큰 스트레스 되어 공은 더 빗나간다.
그때의 엉망진창 마음을 알기에 어떻게든 지수는
서연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심하게 뒤땅을 쳐 공이 코앞으로 굴러가고 있을 때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아, 아까워. 뒤땅이네.
아깝다고 말할 밖에.
그냥 모른 척하기도 그렇지만
아깝다고 말하는 게 과연 위로가 될까?
서연이 좀 웃으면 좋겠는데
지수가 공이 안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 얼굴은 점점 더 굳어져만 간다.
지수 남편 친구가 서연을 바라본다.
서연이 애써 눈길을 피하는 듯하다.
한참 앞서 가던 그가 휙!
방향을 돌려 그녀에게 다가간다.
지수는 놀라서 두리번두리번.
아. 다행이야.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괜찮아. 괜찮아. 그래. 서연 어서 힘내!
지수는 절로 서연을 응원하는 말이 터져 나온다.
도대체 그는 서연에게 무얼 한 거지?
빵!
서연이 우드 샷을 날리는데 우아
오늘 처음으로 그녀답게 멋진 샷을 선보인다.
와우.
멋있어.
나이스 샷~
서방님들 뿐만 아니라 지수까지도 기회는 요때닷.
계속우울해하던 그녀에게
힘찬 응원의 환호를 보낸다.
차갑게 내려앉던 서연의 기분은
단숨에 업업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다.
미소 하나 없던 그녀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핀다. 하하
지수의 그 어떤 노력도 전혀 효과를 발휘 못했는데
도대체 그 남자. 어떻게 한 거야!
일단 웃으면 끝이다.
그러면 그 웃음은 주변의 좋은 기를 모아 모아
더욱더 잘 풀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웃으면서부터 서연의 공은 달라진다.
그제야 말도 많고 표정도 밝아져
깔깔 푸하하하 모두 함께 웃는 분위기가 된다.
이런 첫사랑의 회복이라면 너무 멋지지 아니한가.
지수는 괜히 흐뭇해져 미소가 절로 나온다.
(사진: 꽃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