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의 끝, DJ와 MC 그리고 비보이 모두가 부둥켜안고 오열
오랜만에 편안한 주말을 즐길 수 있어던 이유는 모객이 확실한 장소를 미리 확정 지어서 이다.
장소는 "Plaza del Jubileo"로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광장으로 1992년 미국 발견 500주년 기념으로 건축가 Konrad Brunner의 작품이다.
대표적인 랜드마크에 약 1,500명 ~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광장으로 베네수엘라 예선전에서 했던 야외 페스티벌을 연출하면 분명 성공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콜롬비아 현지 미디어 (방송, 라디오, 소셜채널 등)과 협의된 행사 날짜 2009년 6월 17일.
D-7일, 청천벽력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소식이 현지 에이젼시 (Key People) 디렉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약되어 있던 행사장 "Plaza del Jubileo"에서 큰 사건이 벌여져서 행사장을 폐쇄한다는 것이다. 그 사건이 마약 거래 사건인지 반정부군의 이슈인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었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듯했고 손끝과 뒷목이 찌릿찌릿 저려오는 듯했다. 현지 에이젼시 대표이사한테 바로 전화를 했다. 행사장 최고 책임자를 지금 만나야겠다고. 그다음 날 나는 에이젼시 대표이사와 함께 군 초소를 지나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찌든 담배냄새나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중년의 건장한 군 장교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직급은 알 수 없었으나 주변 병사들의 경례나 풍기는 분위기를 보아서 고위직임이 틀림이 없었다. 현지 에이젼시 대표가 통역을 하고 나는 열심히 대회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포인트는 2가지였다. 이 건 국가 단위의 대회가 아닌 중남미 7개국 대회이다. 그리고 콜롬비아 비보이들은 이미 실력이 검증되어 있어 해외에 콜롬비아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말미에 조심스럽게 협박(?)을 더했다. 어떤 사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미 콜롬비아 매체뿐만 아니라 중남미 팬(Pan) 미디어에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될까 봐 걱정이 된다라고.
그 고위직의 군장교한테 요런(?) 협박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냥 웃으며 담배 한 대 맛있게 필뿐이었다. 그러다 비보이 대회 홍보 영상과 브라질 예선전과 베네수엘라 예선전 모바일 영상을 보더니 표정이 달라졌다.
그러나, 어떠한 답도 못 들고 미팅은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틀 뒤, 기적이 일어났다. 콜롬비아 기관에서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형 공연장 "Downtown Majestic"을 거의 무상으로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대비를 위해 군 중대 규모 (약 50명 ~ 80명) 군인들이 보안을 맡아주는 것이었다.
행사 당일, 오후 3시도 되기 전에 일치감치 약 2,300여 명의 수용할 수 있는 모든 관람객이 다 찼다.
오후 4시부터 DJ Fresh와 Cool Fresh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4시 30분부터 사전 선별을 통해 참여하게 된 16개 팀의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MC는 Black Star와 Alejandro Marin이 맡았고 치열한 접전 끝에 "MURDEROUZ CAMPEÓN" 크루가 우승하였다.
MarínAledfjandro MarínAlejandro Marín
늦은 시간, 대회가 끝나고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십여 명의 비보이 크루와 MC Black Star와 Alejandro Marin은 그 열기를 이어갔으며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 또한 사건사고가 많아서였을까. 우리 모두는 한국식당을 찾았다. (*콜롬비아에도 한인식당이 4~5군데 된다.) 명가란 한인식당으로 간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곳에서 삼겹살과 함께 소주를 기울이며 한국의 주도(?)에 맞추어 가장 큰 형인 나를 필두로 소주 원샷에 고개 돌려먹는 꼰데의 진모를 보이며 시끌벅적 어울리며 놀았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건 모두가 에스파냐어 (스페인어)를 사용했는데 다 이해가 되었다. 역시 언어는 넌버벌(비언어)이 70, 버벌(언어)이 30인 것이 분명하다.
술자리의 마무리에서 소주의 탓인가. MC Black Star가 소주 글라스 한잔을 들으키더니 나한테 다가와 그 큰 덩치로 나를 껴안으며 오열을 한다. 이어 비보이들도 흐느낀다.
그가 한 말이 내가 지금까지 문화마케팅을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MC Black Star가 한 말을 직역하면, "John, 나는 내 평생에 이 친구들과 스테이지에서 비보이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올지 몰랐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운 최고의 날이었어. 정말 이제는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정말 고마워. 넌 우리의 은인이야."
십수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들이 그 순간이 그 장소가 가끔 생각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