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던 밤

삶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연륜이 생긴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by 푸른끝

살다 보면, 가끔 의도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는 한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범주 속에 있던 상황이 있는가 하면, 때때로 그렇지 않은 상황도 생긴다. 예전엔 그것이 그렇게도 싫었다. 내가 뜻하거나,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사한 모든 상황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상황이 한가득 불편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분명, 그렇다.


예전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던 밤이 그렇게도 싫었다. 지극히 외로웠다. 그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겪어야만 하는 밤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그간 사람들에게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아 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닐 테니. 그저 혼자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밤을 견디어냈다. 그런 고통도, 며칠이 지나면, 또 희미해지고는 했다. 그런 방식으로 무수한 밤을 보냈다.


어제의 밤은, 예전에 겪었던 감정을 교차하지 않고서, 쉬이 스쳐 지나갔다. 무섭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일종의 내성이 생긴 듯하다. 그렇게 극단적인 싫다, 라는 마음보다는 지금은 무던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삶을 알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고, 혹은 연륜이 생긴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사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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