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들처럼 할 수 있을까?
'이래선 안 되겠다.' 주말을 마무리하며 생각했다. 한 열흘 정도 호르몬과 환절기 탓을 하며 늘어진 채로 보냈다. 하지만 과수면은 끝없는 과수면을 부르고, 나태함은 끝없는 나태함을 부르는 법. 다시 고삐를 고쳐잡을 때가 되었다. 사람의 의지력이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모든 걸 나약한 의지 탓을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보다 나의 수행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환경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프리랜서 10대 딜레마 중에 하나가 발생한다. 번아웃을 방지하고 내가 무리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나에게 휴식과 여유를 허용해주되, 동시에 그래도 해야 할 것들은 몰아붙이며 해내게끔 푸시를 해야 한다. 전세계의 모든 프리랜서는 이 사이의 적절점을 자기 나름대로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본다.
아무튼 이번은 나를 몰아세우기엔 적합하지 않은 타이밍이다. 이렇게 기력이 침체될 때에는 외부 환경을 조절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근마켓에서 가성비 좋은 걸 찾아 전화 영어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전에도 몇차례 해본 적 있었는데, 다정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언어 공부로 두뇌가 자극이 되기에 아침을 열기에 퍽 좋은 방법이었다. 웃음이 많고 반응이 좋은 선생님과 매칭이 되어 월요일 아침 모처럼 8시쯤에 기상했다(물론 목표는 7시 30분이었다). 컨디션은 여전히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나 요가도 다녀 오고 밥도 먹었다.
의지력이 들쭉날쭉한 나를 위해 도입한 또다른 장치들도 있다. 하나는 운동 단톡방이다. 이 또한 당근에서 구했는데, 누군가가 운동 인증하고 서로 격려하는 취지의 운동 단톡방을 만든다고 해서 고민 없이 참여했고, 반 년 넘게 잘 활동 중이다. 아주 가끔을 제외하고는 만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인증 사진을 올리면 서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니 운동할 맛이 더 난다. 인증이 뜸하면 재촉도 해주기에 푸쉬가 된다. 이때는 리더십이 좋은 분이 관리하는 방을 찾아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내가 속한 운동 단톡방의 경우 리더 분이 아주 꼼꼼하고 사려 깊으면서 리더십이 있는 분이어서 반 년 넘게 지속 중이다. 나도 열심히 호응하며 성실히 임하며 면학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려 노력하고 있다.
운동에 관해서는 한 가지 더 얘기할 게 있다. 나는 요가와 수영을 해오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가 꽤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에 에너지 수준이 훅 떨어지는 편이고 부담감에 쉽게 압도되는 편인 나에게 아침 이른 시각에 운동은 썩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못 일어나서 운동을 못 가는 순간 자책감이 더블로 얹어져서 그 다음 운동을 가는 것에도 더 부담이 생겨버린다.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반도 승급해야 할 때가 되어서 수영 시간을 오전 11시대로 옮겼는데 지금까지 아주 만족스럽니다. 전혀 부담 스럽지 않는 시간대인데다가 수영 다녀오면서 먹을거리 사와야지, 장 봐야지 생각하면 나서는 발걸음도 괜히 더 가볍다.
또 11시에 운동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으면 하루가 균형잡힌 모양새가 되었다. 가령 7시 수영을 다녔을 때에는 운동을 다녀와도 너무 이른 시각이고, 혼자 보내는 하루가 한참 남아있는 느낌이라 텐션을 유지하며 시간을 쓰는 게 어려웠었는데, 11시 반에 등록하니 하루가 예쁘게 구획되는 느낌이었다. 오전에 일어나 업무를 하다 수영을 다녀와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본격적으로 해버리는 것이다. 또 오랫동안 주3회 반에 다녔었는데, 20분 빨리 걸어서 왔다 갔다하고 씻고 머리까지 말리고 돌아오는 그 과정이 은근히 에너지 소모가 커서 시간대를 옮기면서 주2회 반으로 축소를 했더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대신 시간대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해 다닐 수 있는 요가를 주3회 나가고 있다.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운동을 즐겁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종목, 시간대, 빈도을 오랜 고민과 시도 끝에 설정한 것이다.
덧붙여 강사님의 스타일과 전체적인 분위기도 나에겐 중요하다는 걸 점차 깨닫는다. 사실 운동이란 걸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 강사님이나 수업 분위기를 별로 따지지 않는 분도 많겠지만 나는 그러기가 힘들다. 관계 지향적인 나에게는 '사람들'이 또 아주 중요하다. 오전 7시 새벽 수영을 가니 직장 출근 전의 직장인들의 조성하는 특유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전 레인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특성상 드나듦이 많아서 반 분위기가 안정적이진 않았다. 그러다가 이미 아는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는 11시 반으로 옮기니 선생님도 편하고, 또 소위 '고인물' 수강생 분들이 만들어낸 안정감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래, 나는 뭘 하든 사람들이 일단 중요하구나, 또 깨닫는다.
격한 크로스핏을 주 3회 나가겠다고 심장 떨려하면서 꾸역꾸역 다니다 약간의 부상을 입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만두었던 일, 오전 7시 수영 가겠다고 오전 6시에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다 결국 한 달의 3주는 못 나갔던 일, 혼자 클라이밍 다녀보겠다고 큰 마음 먹고 등록하고는 이 주 나가고 그만뒀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이 또한 나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나한테 최적화된 방식으로 운동 스케줄을 마련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왜 나는 꾸준히 운동을 잘 못 나가지? 하며 스스로 자책이 덜했을 텐데... 그건 조금 아쉽다.
아무튼 요즘에는 운동을 하루 어쩌다 쉬어도 죄책감은 덜하다. 기본 부담감이 적어서일 테다. 나는 부담을 쉽게 느끼는 사람이고, 임계점을 넘으면 부담에 잠식되는 타입이므로, 평상시에 부담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뭐든 루틴으로 자리잡힐 수 있다. 주 5회 운동을 나가도 마음이 가뿐한 지금처럼.
당분간은 기상 루틴을 좀 잘 잡아보려 한다. 모처럼 다시 전화영어를 시작했으니 부디 아침시간이 좀 더 즐겁기를, 아침에 눈 뜨는 게 덜 버겁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