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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하게 박희도 Mar 06. 2024

박희도 시(詩) 49편 - 난로

'난로는 가만히 불을 피우고 있을 뿐이다.'


난로


겨울 눈이 쌓인 어느 산속

통나무로 지어진 산장이 있다.


그 산장 안에는 하나의 난로가 있는데

삐쩍 말라가는 나무로 그 온기를 유지했다.


추운 겨울 산을 걷다 차가워진 많은 사람이 

산장에 들러, 난로 주위에서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은 서로 모여 담소를 나누지만

난로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난로는 가만히 불을 피우고 있을 뿐이다.


난로는 자신의 불이 꺼져버리면

찾아온 사람들이 떠날 것을 알고 있었다.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웠던 외로운 난로는

계속 나무를 자기 몸에 집어넣으며 불을 피워냈다.


결국 그 난로는 너무 뜨거워지고 말아

산장의 사람을 모두 다시 추운 겨울로 쫓아내고야 말았다.


따뜻해지려던 뜨거워진 난로는

꺼지지도 않았는데, 다시 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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