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찬 완두콩이 더 달아.

다, 나름의 뜻이 있는 거겠지.

by 선지혜

“얘들아~ 나와봐~”


아이들 앞에 완두콩 한 자루를 툭 내려놓고

어리둥절한 아이들에게 무심한 듯 말을 건넸다.


“까자”



새로운 일거리, 아니 놀거리가 생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팔을 걷고 나섰다.


해마다 콩을 까지만, 깔 때마다 새로운가 보다.

작년에 알려준 방법은 까맣게 잊고

짓이겨 터져 나온 콩들이 사방팔방 튄다.


그게 웃기다고 난리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기다더니

굴러가는 콩을 보고 자지러진다.




요령을 다시 가르쳐 줬다.

알려준 대로 몇 개 까보더니 손맛이 살아난 듯 제법 깐다.

그리고는 콩 평가전에 들어갔다.


“엄마, 이건 네 개 들었어. 아까 것은 여섯 개였는데 “

“얘는 잘 먹고 잘 컸나 봐, 꽉 찼어”

“어? 얘는 못 먹고 컸나 봐, 말랐어.”

“얘가, 얘걸 뺏어 먹었나 보네!”


많네 적네, 크네 작네, 동그랗네 네모나네

별 시답잖은 평가전을 하며 신나게 콩을 깐다.


속이 좀 덜 찬 애들은 따로 한주먹 모았다.


“엄마, 그건 왜 안까? ”

“이거 삶아 먹음 맛있어~”

근데, 왜 작은 걸로 삶아?”


“삶아 먹을 땐 너무 큰 건 퍽퍽해서~

좀 덜 찬 게 달고 맛있어 “



덜 찬 삶은 완두콩은 정말 달고 고소했다.


그날, 완두콩밥을 지었다.


“얼마큼 넣을까? ”

“많이 넣자! 두 주먹 넣자”


삶은 완두콩 맛을 본 아이들이

콩밥에 콩을 더 넣어달란다.

콩밥을 좋아하는 아이들.


”콩밥 너무 좋아하지 마라 “

“왜?”

“농담이야~그런 게 있어 ㅋㅋ “

“뭔데~”

“몰라”


농담 따먹으며 밥솥을 열자

백미와 완두콩의 콜라보로

집안 전체가 고소해졌다.


갓 지은 차진 밥에 부풀어 커진 완두콩을 보고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오, 아까보다 콩이 커졌어. 두 배 맛있겠다”


조막만 한 손으로 깐 완두콩 밥.

볼이 빵빵하게 우적이는 다람쥐 두 마리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콩도, 사람도, 마음도.
덜 차면 덜 찬대로,
꽉 차면 꽉 찬대로,
그렇게 나름의 뜻이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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