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딸아이의 회복탄력성
조퇴하고 돌아온 아이의 발등에
새파란 야구공 하나가 붙어 있었다.
“뭐 하다가 이렇게 됐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돼?”
“응. 피구 하다 내 발에 걸려 넘어졌어”
… 참 해맑게도 얘기한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아들 몫을 톡톡히 해내는 우리 K-장녀는.
라면 엎어서 허벅지 화상, 놀이터에서 손가락 골절.
피 보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고.
이번엔 발목 염좌란다. 골절 아닌 게 다행이다.
반깁스를 하고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설레어 보이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희야, 너 안 아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
엘베 탈 수 있잖아!
그렇다.
학교에서는 몸이 불편한 학우에 한해
엘리베이터 이용이 허락된다.
6학년, 맨 꼭대기층까지 올라야 하는 딸아이는
엘베 탑승 특혜에, 아픔보단 기쁨이 컸던 것이다.
너의 기민한 회복탄력성에 박수를.
며칠 후 일요일. 걷는 게 제법 자유로워 보여
깁스를 벗기고 시장에 다녀왔다.
“희야, 너 이제 다 나았나 본데? ”
“아니야! 엄마 안 보여? 아직도 멍이 이렇게 있잖아”
“그렇지만 , 넌 지금 굉장히 자연스럽게 걷는걸”
그렇게 주말 산책을 하고,
저녁엔 신나게 댄스타임까지 즐긴 아이가
월요일 아침, 다시 반깁스를 꺼내 신었다.
“엥? 뭐야, 친구들한테 아픈 척하려고 그래?”
“아니야.”
“그럼 왜? 다 나은 거 아니었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엘베 타야 돼. 방학식까지 하고 갈 거야.”
방학 전 3일간 아주 뽕을 뽑으려는 자세.
동생에게도 후한 인심을 쓴다.
“나랑 가면 엘베 탈 수 있어. 나랑 갈래?”
누나의 친절한 아량에 미소로 화답하는 둘째.
못 말리는 한 쌍의 바퀴벌레에 웃음이 절로 난다.
“어이, 나이롱씨.
말 안 들으면 선생님한테 고발합니다. 유의하세요.”
엄마의 협박이 가소로운지
그녀는 콧방귀를 뀌어 보였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하교한 아이에게
“무슨 좋은 일 있었어?” 하고 묻자,
참 한결같은 그녀는 그저
“엘베 타서 좋았어.”란다.
그래. 그게 그렇게도 좋구나 넌.
“오늘 저녁은 날도 더우니,
뜨~거운 만둣국 어때? 너 발도 얼른 나아야지ㅋㅋ”
“좋아ㅋㅋ”
“그리고 나이롱씨! 이번만 눈감아 주는 거야.
다음부터 이런 잔꾀는 허락 못해~”
“넵!”
3일간 아이는 엘베를 누리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