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잃을까 봐 겁이 나

열두 살. 딱, 그만큼의 여린 소녀

by 선지혜

바야흐로 사춘기 시대.


멋을 내고, 옷장이 미어터져도 옷이 없다 한다.
굳은 표정으로, 눈빛은 자꾸 나를 피하고
사소한 말에도 불같이 반응한다.


“난 달걀 후라이 싫어한다고!”
아침 달걀 후라이 하나에도 짜증을 부린다.


그럴 수 있지. 그럴 때지. 나도 그랬지.

안 그런 게 이상하지. 그래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잘 크고 있는 거겠지.

나도 해봤다.

그래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달래도 보고, 타일러도 보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럴수록 멀어지는 그녀.


언제부터 우리는 멀어졌을까.

넌 언제부터 내게서 멀어진 거니.

아이는 저 멀리에 있었다.


나의 소홀함이었을까.

누구나 겪는 사춘기라고 치부해 버린

내 안일한 생각이

아이를 ‘나쁜 길’로 밀어 넣었다.


이 길은 아니잖아. 이건 잘못됐잖아.


고작 열두 살.

그 어린아이가 어떤 판단력이 있었겠는가..

그 길은 잘못된 길이라고 호통을 쳐도

아이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 ”

원망 섞여 소리치는 그 눈빛이 내 가슴을 태웠다.


그래, 나도 우리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 줬었다.

그리고 나도 엄마의 마음을 몰랐었지.

이런 거구나. 그때 내 엄마의 마음.

지켜내야 할 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좌절감.





감정의 골만 깊게 패인 채, 며칠이 흘렀다.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에

나는 결국 아이 앞에 주저앉았다.


엄마의 절규를 본 아이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아마 너도, 요동치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겠지.


“엄마가 미안해. 내 딸.

엄마가 우리 딸을 외롭게 했어 “


“아니야 엄마, 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나쁜 건지 몰랐어”


울며 잘못했다 하는 아이를 나는 품에 꼭 안았다.

그간의 일상들이 스치며 가슴이 저렸다.

그리고

너무 멀리 가 버리지 않은 아이에게 감사했다.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진정시켜 산책을 나섰다.

쭈뼛쭈뼛. 또 혼이 날까 주춤하는 아이에게

지금 마음은 어떤지 묻고, 들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그저 듣기만 했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반성이 있었고,

되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우린 자주 뒷산을 올랐다.


다람쥐를 보고, 귀엽다며 호들갑을 떠는 아이.

딱, 열두 살.

딱, 그만큼의 여린 소녀.

이런 너를…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구나.

북받치는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미소를 보였다.


이후로 나는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소한 일까지 모두 공감하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아이는 6학년이 되었고,

그때의 일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을 때쯤

아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봤다.


“그때를 생각해하면 엄마는 아직도 무서워.

근데 네가 돌아왔잖아. 많이 흔들렸을 텐데,

엄마 옆에 이렇게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


아이는 지난 일 이란다. 흑역사란다.

그래.

너에게 하나의 흑역사로 남았다는 게 다행이다.



나는 요즘 평소보다 더 정성 들여 밥을 차리고,

아이는 은근슬쩍 내 옆으로 와 주방일을 거든다.


”엄마 내가 계란 풀까?"

"엄마 내가 간 봐줄게.”

“오늘은 두부조림 해줘 그게 맛있어 “


나는 알고 있다. 너의 그 말들이,
네 마음을 용기 내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서로의 마음을 내놓으며 함께 저녁을 먹는

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그 소중한 시간을 놓치기 아까워서

나는 오늘도 정성을 쏟아 마음을 끓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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