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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un 01. 2023

사골국 한 그릇

사골국 한 그릇


정희정




누군가 우리 집에 건네준 사골국 하나

꽝꽝 얼린 사골국을 냄비에 넣어주며

저녁에 다 녹을 테니 저녁때 먹으라 한다


출근길이 바쁜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대충 꾸벅하고 세상을 나섰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바쁘게 치열하게 보내면서


내심 저녁에 사골국을

먹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녁에 술 한 잔을 걸치고


세상은 지랄 같다 주접을 떨다가

나에게는 낭만이 있노라

괜한 허세를 부리고


터덜터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머나먼 내 집으로 돌아왔다


녹아있는 사골국

고기가 한가득이다


그게 뭐라고 코가 시큰 거릴까

뜨겁게 아주 뜨겁게 데워

밥 한 공기를 말아 후루룩 한입 했다


세상이 녹는다.

차갑게 벌게 있던 나도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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