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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11. 2023

[시] 너를 위하여 by 김남조

별이 되신 시인을 기억하겠습니다.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것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내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이 가을 쌀쌀했던 10월 10일 화요일, 김남조 시인이 떠나셨습니다. 사랑을 노래하셨던 세상 한켠의 불꽃으로 조용히 하늘로 오르신 날이었습니다. 청람 김왕식 작가님께서 올리신 시인의 부고 소식, 김남조 시인을 애도하며가 어제 수업을 하는 내내 마음을 허둥거리게 했습니다. 


'너를 위하여'를 오래 안고 살았습니다.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를 제대로 마주 대할 수 없이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하나씩 곱씹어 봅니다. 내가 준 사랑만 절절해서 눈물 흘리던 시간들을 소환해서 따끔히 혼내주고 싶습니다. 마주 보는 사랑, 기대어 듣는 사랑을 하고 싶은 저는, 김남조 시인이 남기신 사랑과는 너무나도 결이 다른 속됨으로 이제는 남아버렸습니다. 


아름다운 시인, 김남조 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가셨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Marjon Besteman_Pixabay

부고 알림 https://brunch.co.kr/@3cbe431230de42b/882

'너를 위하여' 출처 http://www.poemlove.co.kr/bbs/board.php?bo_table=tb24&wr_id=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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