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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29. 2023

[공연] 내 옆 자리 사람

서울국제발레축제 K-Ballet World, 월드발레스타갈라

누구든 그러리라. 옆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 특별하다. 특별해야만 한다. 보통 내 옆에는 나만 있다. 집중할 때 생각할 때 잘 때 새벽에 일어날 때,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내 옆자리, 항상 거기서 나를 지켜주는 나 자신이다. 어제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 세상에서 하나뿐인 딸아이와 멋진 공연을 봤다.


따로 살아도 멀리 있어도 진한 줄로 연결된 느낌을 주는 단 하나의 생명체다. 뜨거운 나의 피가 그대로 전해진 나의 아이다.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신을 잃을 듯한 기쁨을 자주 느끼고 살거라 생각한다. 삶의 코드가 많이 달라도 신기하고 사랑스럽고 느끼는 포인트가 같으면 감동하며 같이 하게 된다.


발레는 우리가 같이 하는 감동코드다. 어제는 공연 후에 둘 다 울먹거리며 감동을 나눴다. 어쩜 그런 세계가 다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공연에서 본 곳곳의 짜릿함과 충격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득 차 출렁거리는 마음을 느꼈다. 한껏 흥분해서 재잘대는 딸아이의 흔들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사랑한다. 아, 그 순간들, 다시 하고 싶은 갈증, 어제의 아득한 과거로 가버린 아름다운 시간이다.


공연을 보든 영화를 보든 콘서트에 다녀오든 책을 읽든 그 후기를 나누는 사람은 특별하게 된다. 다름의 발견과 같음의 공감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내가 좋아하는 정신 충전 활동이다. 눈빛과 표정으로 다시 한번 공연과 영화와 콘서트와 책으로 돌아가 삶을 더 내 것으로 만드는 여유를 쌓는다. 그 시간에 머무르며 온몸으로 쾌감을 경험하는 나의 옆 자리와의 대화는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충만한 기꺼움이다.


지난 감동의 시간들이 내 미래의 옆 자리를 다시 기대하게 한다. 쭈욱 목을 빼고 다음을 기다리리라.  




제16회 서울국제발레축제 (2023년 9월 20일 ~ 10월 28일)는 한국발레협회에서 주관하는 축제로, 한 달여간 서울 국립극장,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등에서 열렸다.


창작 및 고전 발레, 아마추어부터 프로 발레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존재의 이중성, 모내기에 비춘 삶, 환경 등을 주제로 한 창작 발레와 지젤, 백조의 호수, 해적 등의 고전발레까지 주제가 다채롭다.

지난 10월 8일 국립극장 '디-플레이그라운드'(D-Playground) 프로그램의 아마추어 발레를 하는 딸아이의 공연에 갔었다. 발레가 세상에 빛을 내는 감동이 있었다. 어제인 10월 28일 국립극장 '월드발레스타갈라'를 딸아이와 보고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기쁨의 충격들이 머릿속에 박혔다.


'로미오와 쥴리엣' (Romeo & Juliet by 김유진 Kim Yujin & 윤별 Yun Byul)  

'그믐달' (Under a Waning Moon by 강미선 Kang Misun & 이동탁 Lee Dongtak)

'활' (Bow by 안무 강효형 Kang Hyohyung & 출연 박슬기 외)

'일광(日光)의 본성 위에서' (On the Nature of Daylight by 아야 오쿠무라 Aya Okumura & 콘스탄틴 앨런 Constantine Allen)


새로운 안무로 현대적 감성의 로미오와 쥴리엣, 현대 창작 발레들이 강렬하게 마음에 남았다. 특히, 아야 오쿠무라의 연기는 온몸에 전율이 왔다. 꼭 기억해두고 싶은 공연과 이름들이다.

10월 28일, 월드발레스타 갈라 공연 후 인사



사진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좌석 1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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