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Sep 22. 2023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원문 미션에 눈물 펑펑, 그리고...

한마디로 말해서 문학은 나의 유토피아요, 나는 그 나라의 당당한 시민의 한 사람이다. 내가 나의 유토피아인 책의 나라에서 내 친구들과 친교를 나누는 데에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내 육체적 장애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친구들 또한 내게 말을 거는 일에 조금도 거북해하거나 당황해하지 않는다.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이 무엇이든 그들의 큰 사랑과 자비에 견준다면 하등 중요치 않은 것들일 뿐이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지음, 박에스더 옮김 


꼿꼿이 앉아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녀는 저 간절한 바람을 평생 가지고 살았겠구나. 하지만 나는 사흘만 볼 수 있고 나머지 날은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최대한 담담하게 생각해 본다.


첫날


나 또한 헬렌 켈러처럼 책을 유토피아라고 생각한다. 나의 안식처. 그래서 첫날에는 꼭 읽고 싶었던 책을 온종일 흔들의자에 앉아 읽고 싶다. 


지금 읽고 있는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을 읽고 나서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를 읽을 거다. 둘 다 반쯤 읽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브런치에 후기를 남길 것이다.  


둘째 날


자동차 키를 들고 뛰어 나가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시동을 걸 것이다. 아직 눈 맞추지 못한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연락을 하고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오늘이 그 사람의 색깔과 빛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말하고 눈에 넣고 집으로 돌아올 거다. 


집에 돌아와 가장 따뜻하고 예쁜 음식을 만들어 나의 가족들에게 저녁을 지어주고 싶다. 다양하고 건강한 색깔들을 가지런히 커다란 접시에 둘러놓아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즐기며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셋째 날


하늘이 푸르게 높고 초록빛 나뭇잎이 빛이 나기를 바라며, 한라산 백록담 남벽을 보러 떠날 것이다. 그 아름답다는 영실로 올라 넓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찬란한 태양을 맞을 것이다.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 앞에 서서 지금까지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행복하게 살았노라고 나 자신에게 얘기하고 싶다. 


그. 리. 고. 나는 거기서 한라산 백록담 남벽을 지키는 산비장이 꽃이 되고 싶다. 



#라라크루 (금요일 문장 미션) #라라라라이팅

그림 - 산비장이 꽃, 펜드로잉 by 희수공원 230922

산비장이 - '산을 지키는 비장'이라는 의미의 꽃으로 조선시대 무관인 비장이 쓰는 모자의 장식용 술과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