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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Mar 10. 2020

우리 소설 같은 소리를 해보자

그래서 소설 같은 소리가 뭐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좀 말 같은 말을 해보고싶어!


브로콜리너마저는 언젠가 좀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다고, 마음속에 있는 어떤 진짜 마음이 닿을 수 있게 좀 말 같은 말을 해보고 싶다고 노래했다. 이 노래의 제목은 언젠가 교양 수업 이름으로 읽었을법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이고, 종종 방법론으로 인식해버리는 그 대화가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노래한다.


우리는 그런 대화의 이론들을 듣고 익히며 혹은 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경험으로 부딪히며, 각자 말하는 방식 같은 것이 생겼을 것이다. 타인의 말을 오해하고, 또 나의 말을 해명하는 과정들을 겪어내며 우리는 대화 속에서 사실 여부를 골라내는 법,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는 법, 진심을 숨기거나 포장해서 말하는 법 같은 일종의 기술들을 습득해 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대화의 결론이나 사실 여부, 이해관계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것들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것들은 살면서 매 순간 쓸모 있고 필요한 기술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대화들이 언제나 이 기술들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터. 또 괜히 이런저런 방법이나 공식을 생각하다가 진짜 나의 진심을 잊게 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내 말에 나의 진심을 담기, 상대방의 말에서 진심을 이해하기,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란 정말 어렵다. 혹은 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진심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도 있고, 그것을 가능하다고 여기는 순간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위험한 것은 그래서 누군가의 진심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내버려 두는 것, 포기해야 하는 영역으로 휘휘 뭉뚱그려 생각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타인의 진심에 대해서 뿐 아니라, 나의 진심인 경우에도 그렇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내가 진짜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흘러 보내게 되는가. 내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감정 표현은 또 얼마나 빈약하고 서투를 때가 많은지.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을 내기 위해서는 잘 표현된 감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에 의해 잘 표현된 감정의 예시들을 찾는 것.


그래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리 한번 소설 같은 소리를 해보자.

소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설 같은 소리'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해서 말할 때, 얼토당토 없는 일들 앞에서 혹은 과도한 감정과잉의 상황들 앞에서 쓰인다. 있을 법한 일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며낸 문학 장르가 '소설'이니 만큼, 소설에 쓰이는 표현들은 애초에 비현실을 기반으로 태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 속 표현들에 정말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붕 뜬 표현들만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소설들에는 현실 대화에서보다 더 잔인하고 적나라한 표현들도 존재하며 몰라도 되었을 인간의 추악한 진실들도 모두 다 표현되어 있다.


소설은 영상이나 음향 같은 어떠한 기술적인 효과 없이 활자로 독자를 붙잡아 두어야 한다. 때문에 작가는 독자를 이야기로 끌어오고, 인물들에게 이입시키기 위해서 가장 현실과 비슷하고 독자의 감정과 꼭 닮았을 표현들을 소설에 담아낸다.


때로 그것은 잔인한 진실이 되기도, 몰랐던 아름다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그래 이게 바로 내 이야기야, 내 마음이 딱 이랬어' 같은 표현들도 있고,

'난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런 마음도 있구나' 하는 구절들도 있다.


그런 구절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소설이 말하는 어떤 순간들, 어떤 감정들, 어떤 명사들에 대해서.


소설 속에서 새로운 표현으로 재탄생한, 낯설지만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이유로 영영 모르는 채로 남겨 두고 싶었던 게으른 마음을 자꾸 깨워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적어도 내 진심에 대해서 한 마디, 한 표현 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나도 그리고 너도, 서로의 '진짜 마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


만약 몰랐던 그 영역들이 결국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로 남는다 하더라도,

설명해보고자 이해하고자 노력하던 그 '안간힘'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의 폭을 1cm 정도라도 늘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희망과 함께.



그러니까, 우리 한번 소설 같은 소리를 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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