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운우지정

by 은예진


시월이는 잠이 들었는지 안채는 조용했다.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는 거실을 지나 본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살롱까지가 이본느의 공간이라며 안채는 이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의 공간이었다.


본이는 그의 품에 안기겠노라 당당히 말하고 그를 데려왔지만 막상 방으로 들어오자 부끄러운지 불을 켜지 못하고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작은 스탠드만 켰다.


어스름한 불빛 아래 간결하고 소박한 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화장대와 침대만 있는 작은 방이었다. 옷장도 없는 것을 봐서 옷은 따로 보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침대 옆에는 그녀가 즐겨 보는 책 몇 권을 꽂아 놓은 작은 책꽂이가 있었고 화장대에는 기본적인 화장품 몇 개만 놓여 있었다. 서양식 침대지만 이불은 여느 새색시가 덮을 법한 목화솜이불이었다.


본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팔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처럼 침대 이불을 꽉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추운 곳에 있다 갑자기 따뜻한 방으로 들어오자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막상 그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오자 너무 당당하게 남자를 데리고 들어온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자 부끄러움에 숨어 버리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성준은 문에 기대 그녀를 보기만 할 뿐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군.”

“네?”


본이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성준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아직도 문을 떠나지 못한 채 방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날마다 당신이 잠드는 곳은 어떤 방일까 생각했소. 아마도 당신 성격에 방은 절대적으로 소박할 것이라 여겼지. 비록 살롱은 화려하게 꾸밀 수밖에 없겠지만 당신만의 공간은 최소한의 물건만 들여놓은 채 생활할 거라고 여겼소. 마치 내가 날마다 이 방에 와서 당신 곁에 머물렀던 것처럼 친숙한 느낌이군.”


본이는 그의 말속에 느껴지는 그리움에 꽁꽁 얼었던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랬군요. 제 꿈속에서 항상 곁에 있어주던 사람이 정말 당신이었군요.”


유성준은 더는 참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유성준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이며 목덜미, 귓불을 탐했고 손은 등 뒤의 지퍼를 찾아 나섰다. 지퍼가 스르륵 소리를 내며 허리까지 내려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지퍼 사이로 드러난 속옷에 손을 넣어 어루만졌다. 그의 손길에 따라 원피스가 벗겨져 허리에 걸렸다.


유성준은 침대 아래 무릎을 꿇고 허리에 걸려 있는 원피스를 잡아끌었다. 본이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원피스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흰색 슬립 차림의 그녀가 양손을 엇갈려 가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유성준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자 본이가 당황한듯 그를 밀어냈다. 본이의 거부에 주춤한 유성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막상 그를 데리고 들어올 때까지는 용기백배했지만 그가 다가오자 겁이 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저기 실은…….”


유성준은 입을 다문 채 그녀의 눈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본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로 몸을 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실은 제가 처음입니다. 처음이라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놀란 유성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처음이라니. 결혼 생활을 사 년이나 했던 그녀가 처음이라니.


“아니 도대체?”


본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믿으실지 모르나 혼인만 했을 뿐 합방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유성준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침대에 올라앉아 그녀를 가만히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그는 조금 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본이의 입술을 적셨다. 생전 처음 닿는 사내의 손길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본이의 몸은 저릿한 쾌감과 두려움에 덜덜 떨리고 있었다.


몸은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졌지만, 자칫 자신의 욕심이 처음인 그녀에게 상처를 낼까 봐 저어 되었다. 여인의 첫 경험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기에 그녀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열어주고 싶었다. 그동안 참아온 날들이 얼마인데 이쯤을 못 참아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성준은 본이의 귓가에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대를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않을 거요.”


본이는 그 말에 손을 들어 유성준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손길에 깊은 물속에 피어난 수련 꽃을 연상시키는 희고 화사한 그녀의 몸이 모두 드러났다. 드러난 몸 구석 구석에 유성준의 입김이 스치자 아찔함에 전율이 일었다.


본이는 이야기 책에서만 본 운우지정이라는 것이 이러한 것임을 깨달으며 유성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한바탕 격렬했던 움직임이 끝나자 그가 본이의 머리며 등을 가만가만 쓰다듬어주었다. 두 사람은 절대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껴안은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성준은 이불속 베개에 머리를 내려놓다 말고 낯익은 촉감에 베갯잇을 쓸어 보았다. 본이가 그걸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건?”


유성준이 묻듯 본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 베갯잇은 두 사람 모두를 이년 전 그 장소로 데려가고 있었다.


본이는 까무룩 잠이 들면서 워낭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본이가 시댁을 떠나던 그해 가을에도 만석꾼지기 그녀의 집에는 벼를 가득 실은 우마차의 워낭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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