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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Nov 19. 2021

채식 준비 주의자

하고 싶다는 의지









 타이완에 오고 난 이후 내앞에 제법 묵직한 현실로 다가온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채식”이다. 물론 요즘은 한국에서도 조금은 유난스런 채식 열풍에 개성있고 멋드러진 채식 식당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아는데 내가 처음 겪은 채식은 맛있고 예쁘고의 문제가 아닌, 그저 우리가 커피를 마실 때 우유를 넣고 안 넣고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토론토에서 만났던 채식을 하는 친구들이나 타이페이에서 채식 식당을 가는 동료들은 반드시 고기를 먹지 말아야해! 하는 강박 관념같은 것이 없었고

그저 그냥 밥을 먹을 때 선택하는 방식이 다를 뿐 별다를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내앞에 그래서 너는

육식을 하느냐 채식을 하느냐 하고 반드시 따지고 캐묻는다면 난 여전히 육식을 하는 육식주의자라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강박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어느순간부터 커피를 오더할 때 더 이상 하얀 우유를 선택하지 않고 추가 요금이 붙더라도 반드시

아몬드 우유나 오트밀 우유로 바꾸게 되었고, 훠궈를 먹을 때도 여전히 소고기를 오더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엔 비율이 100% 중 8-90% 였다면 지금은 3-40%로 현저하게 줄었다. 작은 변화였지만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이것이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사실 채식뿐만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만든 강박을 마치 본인이 원하기에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쇼맨쉽과 같은 것. 이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이 씻는 것에서부터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까먹지 않고 챙기는 것,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끝까지 먹는 것까지 입에 바른 온갖 예쁜 말은 다 하면서

정작 내 “실제” 생활을 돌아보면 용기째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거나 집문을 나설 때 텀블러를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다시 챙기러 가지 않거나 분명 스스로 다 못 먹을 양의 음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더한다거나, 사소해보이지만 결국 이러한 일련의 부정적인 액션들이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 우리의 환경을 병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지구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가는 것을, 이러한 모든 것들을 내가 암묵적으로 부추기고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세트 메뉴를 시킬 때 먹지 않는 것은 빼달라고 할 것

플라스틱 봉지 대신 에코백을 항상 들고 다닐 것 

텀블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




 지금이라도 아주 조금씩 조금씩 행동하고 바꿔나가기 시작하면 지구가 티핑 포인트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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