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사라지지 못한 마음의 자리
어둠은 이미 오래전에
창밖에 내려앉았는데,
나는 아직, 하루를 덜어내지 못한 채
불 꺼진 방 안을 걷고 있었다.
시계는 내 쓸쓸함을 모른 척 넘기고
머리맡 책 한 권은
나보다 먼저 잠들었다.
나는 벽을 향해 누운 채
어디에도 닿지 않는 생각들을 꺼냈다.
그리움이란 말을 꺼내면
누군가 그리워지는 밤.
내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다
문득, 아직 걷지 않은 길 앞에서 멈춘다.
이 마음은 왜
이토록 조용한 곳에서도
끝끝내 잠들지 못하는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숨을 참듯 살아온 날들이
이제야 울음을 배운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자리.
그러나 분명 누군가 기다렸던
그 자리에 도착한 것이다.
내 마음은 이제 겨우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