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자국, 젖은 기억
나는 오늘도
작은 숨을 고른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말하지 않기 위해서다.
누군가 나를 부를 때
나는 가끔, 대답하지 않는다.
마음이 울리지 않는 이름엔
내가 거기에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 머물다가
한 걸음씩 물러서며 배웠다.
말의 끝보다 말 없는 틈에
진심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나는 때때로
웃음 뒤에 숨는다.
눈빛이 바람에 젖지 않도록
빛나는 척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나는 나를 향해 작게 말한다.
“잘 지냈니, 오늘도.”
별 하나가 반짝이며 대답 대신 울었다.
세상은 어쩐지
너무 밝아서
속이 훤히 들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고요한 나를 가장 깊은 어둠에 눕혔다.
들키지 않는 법은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
침묵 속에서 진실을
작게, 천천히 품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별 하나 속에
작은 나를 묻는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과,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조용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