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화| 우아한 가

모든 시작을 부르는 첫음절

by Helia

바람이 건네는 첫음절, 우아한 가—
흰 꽃잎이 흘러내리듯, 세상은 그 소리에서 시작되었다.
어머니의 품에서 처음 흘러나온 울음이 그 글자였고,
밤하늘 별빛조차 떨리며 속삭인 것은 그 한 소리였다.

짧고도 가벼운 그 울림 속에
나는 모든 시작의 떨림을 듣는다.
처음 만난 사랑의 눈빛에도,
먼 길 끝에서 부르는 이름 속에도
언제나 가장 먼저, 가장 고요히 자리한 것은 가였다.

그러나 그 단정한 소리는 때로 울음처럼,
때로는 벼락처럼 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불러내는 마지막 호흡,
잊히지 않는 슬픔을 감싸안는 가장 단순한 소리.
고요와 격정이 한 자리에 피어나니,
나는 그것을 우아하다 부른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흘러나오는 첫 음표,
흰 눈발이 대지를 덮는 순간의 침묵,
가만히 손을 잡을 때 전해지는 미묘한 온기.
모든 아름다움의 시작은
언제나 그 한 글자와 닮아 있었다.

우아한 가.
한글의 첫소리이자
처음과 끝을 동시에 품은 음절.
시작과 고요, 우아함과 떨림,
그리고 언어의 모든 기원을 담은 그 이름.
나는 오늘도 그 글자를 불러본다.
작은 소리 하나가 세상을 밝힐 수 있음을,
그 한 글자가 내게 오래 가르쳐주었으니.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