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약속
눈이 그친 아침, 하니는 숨을 쉬는 법을 배웠다.
밤새 이어진 기적의 흔적이 품 안에 있었다.
아이는 조용히 잠들어 있었고, 희미한 숨결이 하니의 가슴을 간질였다. 작고 따뜻한 체온이 심장을 두드렸다. 마치 잃어버린 봄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섬의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바다는 거울처럼 반짝였고, 새들은 흩어진 구름 사이로 날았다. 하니는 발밑의 눈을 바라봤다. 밤새 쌓인 발자국이 한 줄기 길이 되어 있었다.
“괜찮아. 이제 정말 괜찮아.”
하니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 위로 바람이 스쳤다. 눈 덮인 나무들이 사각거리며 응답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이 작별을 고하듯.
멀리서 루카가 달려왔다. 눈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다가온 그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이제 떠나는 거야?”
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야 해. 여긴 기억의 자리였으니까.”
엘란이 미소 지었다. “넌 결국 약속을 지키는구나.”
하니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빛 대신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라면, 어디에 있든 연결돼 있을 거야.”
“그래, 이 하늘이 약속이라면 그걸로 충분해.”
펜은 코끝을 훔치며 말했다. “다음에 돌아올 땐 웃으면서 와.”
하니는 부드럽게 웃었다. “응, 웃으면서.”
그때 바다 위로 빛이 길게 펼쳐졌다. 새벽 햇살이 물결을 타고 번져나갔다. 배 한 척이 조용히 다가와 정박했다. 하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탔다. 배의 나무 바닥이 발아래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이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눈이 떴다.
“하니…”
하니의 심장이 순간 멎었다.
“응, 나 여기 있어.”
“우리 집이 보여.”
하니는 고개를 들어 바다 너머를 바라봤다. 도시의 빛이 반짝였다.
“그래, 봐. 같은 하늘이잖아.”
루카와 엘란, 솔, 펜은 부두 끝에서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눈빛에 이별 대신 따뜻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들의 털을 흔들었다. 하니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숙였다.
“고마워, 모두들.”
배가 천천히 멀어졌다. 파도는 부서지고, 빛은 그 사이를 이어주었다. 하니는 아이를 꼭 안았다.
“하니…” 아이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응.”
“이제, 집에 가자.”
“그래. 같은 하늘 아래서.”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섬의 달빛이 사라진 자리에 새 햇살이 스며들었다. 하늘은 끝없이 이어졌고, 바다는 부드럽게 숨 쉬었다.
멀어지는 배 위에서 하니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빛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새벽의 빛이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
그들의 이름이 바람에 실려 천천히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