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바가 처음으로 선택한 도킹 텐트는 제드의 '오토듀얼팔레스'였다. 가격은 40만 원 후반 대.
사실 도킹 텐트라는 개념도 제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트렁크에 간편하게 docking 해서 쓰는 차박 텐트가 출시되었다는 건 나름 획기적인 일이었다.
일반 캠핑 텐트보다 저렴한 가격. 쉽고 간편하게 설치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차박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니 우리가 첫 번째 도킹 텐트로 '오토듀얼팔레스'를 선택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차박은 장비발이다', '유튜버로서 투자를 해야 한다' 같은 말로 시종일관 나를 회유하긴 했지만, 차박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은바가 고가의 텐트를 구입하게 된 분명한 이유도 있었다.
그러니까, 바바TV의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한 것이다!
2019년 3월에 첫 영상을 업로드했고 6월에 구독자 1,000명을 넘어섰으니, 우리의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첫 번째 목표를 이룬 셈이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천 명 채널'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일단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재생 수익 (광고)을 얻을 수 있다. 이제는 취미를 넘어서, 수익 창출까지 가능한 채널이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나름 키워드의 수혜를 많이 받았다. 당시는 팰리세이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차박에 대한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팰리세이드', '차박'이라는 키워드는 아직 유튜브에서 선점되지 않은 좋은 키워드였다.
우리는 '팰리세이드로 차박하는 법', '팰리세이드 차박 브이로그' 등의 제목을 내 건 영상들을 부지런히 업로드하며 빠르게 채널을 키워나갔다.
그래도 구독자 천 명이라는 것은 정량적 수치일 뿐,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이제 돈을 버는 채널이 됐는데! 은바가 말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에 심히 공감한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캠핑샵으로 향했다.
그렇게 제드 오토듀얼팔레스를 구입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차박 유튜버' 인생이 시작됐다. 전국 각지의 노지 명소를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차박을 했다. 도킹 텐트가 신기한 모양인지,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구경을 왔다.
이렇게 열심히 텐트 리뷰 영상도 찍었다. 도킹텐트 안을 예쁘게 꾸미는 세팅 영상도 찍었다. 그 안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재밌게 노는 브이로그 영상도 찍었다. 조회수가 날로 증가했다. 은바의 예상이 결과로 척척 맞아떨어졌다.
매일 편집 공장이 돌아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영상 편집만 했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공연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마당이라 상관없었다. 이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내 '워드 창'이었다. 하루아침에 나는 뮤지컬 작가에서 영상 편집자로 직업이 바뀌었다.
구독자 수도 쭉쭉 늘어났다. 천 명만 넘는다면! 하고 바랐던 게 언제인가 싶을 만큼.
구독자 천 명을 달성하는 데 삼 개월이 걸렸는데, 만 명을 넘기는데 채 일 년이 안 걸렸다. 아마 그 시점부터이지 않았을까 싶다. 최대한 저렴한 용품을 찾기 위해 코스트코로 향했던 우리가, 이제는 여러 캠핑 브랜드에서 협업 요청도 들어오고 용품도 공짜로 받는 '진짜 유튜버'가 됐다.
이때부터 우리의 지난한 도킹 텐트 리뷰 여정이 시작된다.
2-way 오토듀얼팔레스, 메가 팔레스, 트윈 오토듀얼팔레스 등등....
타프와 쉘터를 결합한 도킹 텐트, 안에 이너텐트를 포함하고 있는 차박 텐트, 3중 모기장을 포함하고 있는 텐트까지. 차박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적으로 탄생한 기상천외한 텐트 종류에 우리 역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워워, 이제 제발 그놈의 팰리스 좀 그만해!
대나무 숲에서 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각자의 필요성에 따르자면 다 좋은 제품들이다. 실제로 차박을 오래 했거나 자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킹 텐트를 가지고 있다. 한번 써보면 정말 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날씨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차박을 할 수 있고, 자는 공간과 리빙 공간이 확실히 구획되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차박을 경험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유튜버이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먼저 사용해 보고 구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쉽고 간편하기에 차박을 선택한 사람들이 보기에 이런 종류의 텐트들은 너무 번잡하고 장황해 보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차박의 본질이자 모토,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된다. 차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캠핑을 할 수 있다'에서 많이 멀어져 있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더 이상 협찬 메일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차박의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스텔스 차박'이다.
'스텔스'라는 단어 자체가 모든 걸 말해준다.
스텔스 - 원래는 군사 용어. 레이더나 열감지기와 같은 탐지기술을 피할 수 있는 기술. 도로에서 스텔스라는 뜻은 야간에 아무런 등화장치도 켜지 않고 암흑 상태로 달리는 차량을 뜻한다. 불을 켜지 않으니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차박에 그 단어를 적용하자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차박을 즐기는 상태를 말한다.
가벼운 이불과 작은 테이블과 의자 하나만 챙겨 차박을 떠난다. 날씨가 좋으면 밖에 의자를 놓고 느긋하게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밥은 식당에서 간단히 사 먹고, 잠은 차 안에서 잔다. 설치한 게 없으니 다음 날 정리하고 말 것도 없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도킹 텐트를 사용한다. 그래서 뜨거운 한여름에도,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에도 쾌적하게 차박을 즐길 수 있다. (뭐,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집에 콕 박혀 있는 게 제일이다. 우리는 이게 업이라 어쩔 수 없이 떠난다지만...)
어쨌든 이렇게 온갖 장비를 갖추고 있는 우리도 가끔 스텔스 모드로 차박을 떠난다. 김밥 두 줄, 물 두 병만 딱 챙겨서.
해수욕장 주변의 길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실컷 바다도 구경했다가, 저녁엔 근처 맛집에서 밥을 사 먹고, 차 안에서 잠을 잔다. 아침이 되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볕 때문에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돌아오는 길에 관광 명소가 있다면 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한 다음,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쓰고 보니 웃기지만,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차박의 진정한 맛은, 처음 우리가 이불만 들고 떠났을 때처럼 뭘 모르고 해볼 때가 제일인 것 같다. 5년 차, 차박 유튜버로서의 소신 발언이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