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잘 모른다.
즐겨 마신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즐긴다는 표현을 써도 되나 할 정도로 맛을 잘 구분하거나 느낌을 잘 살리지도 못한다. 마치 약 같기도 하고, 차 같기도 한 이 존재를 때론 차갑고 때론 뜨겁게, 또 때론 미적지근하게 인상 쓰며 마시기도 한다.
직장인들에게는 생존의 물약 같은 것 일수도 있고, 프로 잡담러들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일 것이고, 어떤 친구들에게는 패션의 완성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 친구는 잘 맞는 각성제(?) 정도의 느낌이다. 커피를 마시고 잠을 설친다거나 없던 집중력이 생겨 학습능력을 더하거나 하는 종류의 다른 차원의 각성능력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면 나는 살짝 어지럽고 몽롱해진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때론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겠지만, 혹은 이런 기분으로 일에 집중하고 잠을 버텨내는 거겠지만 나는 이 기분으로 여유를 느끼고, 하늘을 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글을 적어댄다. 이게 나와 커피의 ‘케미’ 같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 술과는 다르다. 술은 뭔가 남자친구 같은 느낌이라면 이 녀석은 여자친구 같은 느낌이랄까... 밀당이 어느 정도 필요한...(그게 샷 추가 개념인가?;;)
아무튼 커피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더 잘 어울린다. 문득 떠나고 싶은 계절에. 문득 누군가를 불러내고 싶은 날씨에. 그래서 나와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나와 잘 맞는 커피집을 만나는 것은 드물고 어렵지만 찾는 재미가 있고 설렘이 있기에 충분히 찾아볼 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와 연애는 분명히 서로 닮아있다. 쓰고 때론 시큼하지만 어느새 서로를 중독시키고 몽롱함을 선사한다. 서로에게 잘 맞는 분위기에 스며들어 은은한 향까지 배게 한다. 또 비슷한 듯 하지만 다 저마다 다른 소중함을 자신에게 어필하기 마련이다.
지금, 나를 중독시킬 수 있는 운명 같은 커피를 만났다면 다른 커피집을 기웃거리며 더 만족스러운 커피를 찾는 불굴의 도전정신은 다른 곳에 발휘하는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옆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은은한 향기 가득한 커피 같은 추억을 쌓아보는 게 좋다고 본다.
커피와 연애는 분명히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