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민 제빵사
* 친한 지인이 채식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와는 밥을 종종 먹는 사이여서 나도 채식 식당들을 섭렵하게 됐다. 빵과 장미, 라는 빵집도 그 때 알게 됐다. 채식을 지향하는 빵집이란 특징 외에도 지역 내에서 난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점, 밥처럼 먹을 수 있는 천연효모 빵을 만들겠다는 점 등이 눈에 띄었다. 빵집을 만든 철학과 출신의 제빵사, 서수민씨를 그의 가게에서 만났다.
2020. 6. 5. 방송
(앵커)
광주 광산구의 한 골목에는 조금 특별한 빵집이 있습니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빵을 판매하고, 가게에선 인문학 강연도 열리는데요.
이 공간을 운영하는 청년, 서수민 사장의 꿈은
'빵'과 '장미'가 있는 삶, 즉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삶입니다.
서수민 씨 이야기, 직접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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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빵집을 차린 청년입니다. 서수민 씨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함께 인사)
Q. 빵은 먹는 거니까, 몸이 건강해지는 건 알겠는데..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 빵집을 차렸다는건 어떤 이야긴가요?
A. 먼저 저희 빵집 이름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싶은데요. 켄 노치 ‘빵과 장미’라는 영화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빵은 생존을 의미한다면 장미는 아름다운 삶을 의미해요. 그래서 저희 빵집은 먹는 것, 생존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살고 같이 공유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Q. 제빵을 전공으로 하신 건 아닌 걸로 아는데..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으세요?
A. 제가 철학 공부를 조금 했었는데, 철학 공부를 하려고 독일에 유학을 잠깐 갔다가 독일에서 철학공부는 안하고 맛있는 빵에 홀려가지고, 한국에 돌아와서 독일 빵처럼 건강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우리 밀로 어떻게 하면 이렇게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을지 배우고, 고민하면서 빵을 만들게 됐습니다.
Q. 빵을 만들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신경 쓰신 거에요?
A. 설탕, 버터, 우유, 계란 4가지가 안 들어간 빵들이에요. 그래서 비건이신 분들도 부담없이 드실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있고요. 당뇨있으신 분들도 드실 수 있고요. 아토피 있는 아기들도 드실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있어요.
Q.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좀 어렵지만, 이 빵집에서 인문학 강의도 열린다고요.. 어떤 행사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런 행사를 열었는지도 궁금해요.
A. 배움에 대한 갈망은 늘 있어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필요한 지식이나 지혜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이미 그런 지혜를 가지고 있는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 듣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고요. 철저히 제 욕심과 저희 욕구대로 제가 모시고 싶은 분들을 모시고 있는데, 같이 영화를 보거나 주제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시간도 있고요. 달마다 한번 씩 그렇게 가지고 있고. 또 한번씩은 비건 반 모임이라고 해서 같이 모여서 비건 식으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누군가의 피를 흘리지 않고 흙이 묻은 음식을 나눠 먹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빵집에서 그런 공부를 같이 하면서 서로 서로 모두가 자유인이 되기 위한 공부와 배움, 삶 실천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빵을 만들고, 인문학 활동들도 하고…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결국 수민씨가 꿈꾸는 삶은 어떤 겁니까?
A. 어디 내놔도 손색 없고 부끄럼 없는 그런 빵을 만들것이고요. 그런 빵을 위해서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빵을 만들고 있고,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싶고요. 손님과 농부님을 연결시키는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저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생각을 같이 나누고 싶고. 친구들과 생태적인 삶을 사는 공동체를 꾸려서 그런 공간에서 빵을 만들면서 손님들, 농부님들 만나고 싶습니다.
* ‘도발적인 빵집을 만들고 싶어요.’ 원고를 마무리하고, 영상까지 최종 편집을 끝냈는데 저 계속 남아있었던 말이다. 전체적인 흐름과 시청자의 이해를 고려해 결국 뺐지만, 꽤 이후까지 후회를 좀 했다. 비건 빵을 만들고, 비닐을 쓰지 않으며, 환경에 대한 내용을 빵집에 전시해둔 그 청년 사장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그거였는데 말이다. 남들이 다 하는 대로, 편하기만 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옳다고 믿는 걸 추진해나가고 싶다고.
그 뒤로 그는 삶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잡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배달 서비스를 고안해냈으며, 그 와중에 모든 식기나 재료는 친환경적인 재료로 구성해 환경 부담을 덜려 노력했다. 다른 기획자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구성, 적극 홍보하거나, 자전거에도 도로를 내달라는 일명 ‘자전거 어택’ 행사를 하기도 했다. 환경도 생각하고, 본인 빵에도 자부심이 있는 그의 열정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수민 씨가 만든 빵을 여러번 씹으며, 자전거 페달을 씩씩하게 밟는 어느 제빵사의 뒷모습을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