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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의 세계 Jul 04. 2021

시간이 머무는 몸

쑤시고, 아프고...

몸을 의식하는 날이 많아졌다


요즘 몸에 관심이 많다. 더 정확하게는 '내 몸이 대체 왜 이리 엉망이 되었나' 자주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비 오기 전엔 무릎부터 쑤신다. 오래 앉아 있다 싶으면 허리나 어깨가 아프다. 나이 운운하는 농담이 별로 재미없는 건 아는데, 정말 하루하루 몸이 다른 걸 느낀다. 지금도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까, 거 참.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하며 망가진 몸을 점검한다. 하루는 헬스, 하루는 필라테스를 하는 식이다. 사실은 줌바 댄스나 사이클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흡이 가빠지는 운동들은 덜 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몸이 자주 쑤시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속근육을 단련시키고 싶어.


운동을 하다 보면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잘 단련된 근육과, 그렇지 않은 근육이 드러난다. 선생님이 몇 가지 동작을 보여주면 덜거덕거리며 비슷하게 따라 한다. 사실 대부분은 어설프다. 하루는 마스크를 들썩이며 한숨을 푹 쉬었더니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힘드시죠. 꾸준히 하면 괜찮아져요."

 

나도 모르게 틀어진 몸인데 꾸준히가 대체 언제까지고 무슨 소용인가- 이런 뒤틀린 생각이 들어도 선생님의 친절함을 튕겨내진 않는다. 운동이 끝나면 몸도 생각도 조금 바르게 변할 걸 알아서다. 운동 후에는 부기가 빠지고 몸의 노곤함이 마음까지 온다. 그래서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몸과 마음이 조금 뒤틀린 상태와 조금 풀린 상태를 반복하는 것, 운동은 그런 과정이 아닐까- 역시 노곤했던 어느 날 밤,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는 신나게 집까지 걸었던 기억이 난다.

 


내 몸을 이렇게 만든 범인은


 물론 운동을 하나마나 몸이 고단할 때도 있다는 걸 고백한다. 그럴 때면 내 몸을 이렇게 만든 놈은 누구인가, 범인을 찾아내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 물론 그럴 일은 영원히 없다. 왜냐면 범인은 '수년간 물 대신 커피를 마신 나', '집중한다고 의자 위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일한 나'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집중이 너무 어렵다. 지금도 마찬가진데, 내가 만난 모든 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절대 안된다고 다. 거칠게 말하자면 스스로 주리를 계속 틀고 있는 거라고.....몸 바쳐 집중하고 이루고 싶은 성취가 있다면 모를까, 굳이 셀프 주리를 틀고 싶진 않아서 바로 고쳤. 그렇지만 자꾸 커피를 내리고, 두 다리를 포개고 싶은 충동이 든다. 좋은 효율을 낼 수 있면서 몸에도 해가 안 되는 집중 자세는 앞으로도 계속 고 연습해야 할 부분이다.

 

나,를 강조하는 한자어 '자신(自身)'에는 그래서 몸이 포함된 것일까. 튼튼한 허벅지와 살짝 휜 허리, 차가운 손발 끝도 전부 내가 만들었다 생각하면 먹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오늘이 지나면 방금까지 움직인 방식과 먹은 것들이 내일의 내 몸이 될 것이다. 이렇게나 몸은 정직하게, 시간을 담는다.

 

 괜히 몸을 곧게 펴 본다. 그럼 앞으로 어떤 시간으로 나를 채우고 싶나 생각해본다. 조금 더 건강한 내일을 살고 싶다. 허리가 덜 아파서 좀 더 오래 좋은 글을 읽는 상상을 한다. 또 다리가 덜 아파서 남편과 오랫동안 산책 데이트를 할 수 있길 바란다. 꽤 부담스러운 돈을 써가면서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건, 이렇듯 소소하고 좋은 미래를 살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늦게나마 노력한 시간도 몸 안에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몸에 탄력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가 조금 대견하다. 지금 내 몸에 머문 시간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도 관심을 기울일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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