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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바라기 Oct 22. 2023

4. 엄마와 딸(가깝지만 먼)

꼭 너 같은 딸 낳아라.

"꼭 너 같은 딸 낳아라."

 

이 말이 명언인가? 아니면 속담인가? 이 말은 왜 시대가 달라져도 이어져오고, 대물림되는가. 우리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항상 했던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정말 엄마 같은 딸을 낳아 맘고생을 좀 했다. 막내가 정말 엄마 판박이다. 외모도, 성격도, 행동도.


근데 엄마에게서 내가 이 말을 듣게 되다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하는가.


엄마는 내게 친구 같다. 편안하다. 다른 친구들의 집은 통금이 있고, 제재가 있다는데, 엄마는 세 딸들에게 단 한 번의 제약을 두지 않았다. 자유롭게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


물론, 우리 또한 성격 상 일탈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애초부터 문제를 저지를 행위를 하지도 않았다.


난 조용하게, 무리 없이 컸던 것 같다.


첫 장에도 말했다시피 기숙사 생활과 자취를 하며 엄마와 떨어져 지냈다. 그리고 6년 만에 내려왔다. 난 스무 살 때 한 다짐이 있다. 내 친구 '달'을 보며 한 다짐이다.


달은 말했다.

"성인이 돼서 엄마에게 짜증 내고, 성질을 부리는 짓은 하지 않아."


그 말이 내 머리를 울렸다. 그래, 내 나이가 몇인데 사춘기 시절도 지나갔는데, 엄마에게 짜증 내고 내 감정을 온전히 표출하는 행위는 잘못된 거다.


그래서 나도 내 친구 달처럼 스무 살 때부터 엄마에게 짜증 한 번 부리지 않았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6년이나 잘 지켜왔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산 7일째 되던 날, 6년 간의 내 신념이 깨졌다. 와장창.




엄마와의 다툼이 잦아졌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고, 엄마의 말을 끊어내기도 했다.


시작은 엄마의 가게에서부터였다.


엄마는 음식점을 오픈했다. 음식점을 오픈한 4개월 후부터 딸 셋 모두가 내려왔는데, 엄마는 그 흔한 장부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꼼꼼하고, 걱정 많고, 계획을 중시하고 원칙주의자에,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내 눈에는


덜렁대고, 융통성이 중요하며, 흘러가는 대로 살자라는 생각을 가진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사를 가는 날이었다.


"이삿짐센터 연락했어? 입주 청소도 예약해야 되고, 가스도 전출해야 하고, 전기도 정산해야 되잖아."

"그냥 좀 이따 하면 되지."

"예약 찰 수도 있잖아. 미리 다 해놔야지. 정수기 회사에도 말해야 하고, 어느 이삿짐센터가 나은지 견적도 뽑아야 하잖아."

"다 알아봤어."


엄마는 알아보지 않았고, 숙모가 이전에 했던 이삿짐센터에만 가격을 문의한 후 곧바로 계약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이삿짐센터와 입주 청소 업체는 우리가 하겠다고 했고, 우린 4~5군데의 업체와 연락하며 견적을 확인한 후 한 곳을 정했다. 그리고 엄마가 명의로 되어 있어 엄마가 꼭 해야 하는 가스전출, 전기, 통신사 등등은 내가 리스트를 나열해서 줬고, 엄마는 이사 당일에 부랴부랴 연락했다.


아무튼, 엄마와 싸우면 여린 엄마는 울고, 난 사과한다. 


엄마의 자랑은 자식이라고들 하지. 그 말은 내게도 해당된다. 엄마의 자랑이 나뿐이라서, 오직 나라서 부담이 될 때도 있으나 엄마가 안쓰러울 때도 있다.


엄마는 가정형편 상 배우고 싶은 것을 맘껏 배워보지도, 기술을 익히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직장 한 번 다녀본 적 없었다.


엄마에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자식들 뿐이었고 그 삶이 애잔했다. 엄마는 13년의 시간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키우며 살았고, 그 후 또다시 13년의 세월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돈을 벌기 위해 애썼지만, 여전히 엄마로만 남았다.


이렇게 엄마에 대한 내 감정은 복잡하고 변덕을 부리고 다양하다. 엄마의 약한 모습엔 연민을, 엄마의 철없는 행동엔 분노가, 엄마의 굴곡진 삶엔 슬픔을 느낀다.


엄마와 나의 간격은 여전히 좁힐 수 없다. 우린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괴롭히고 너무 멀어서 애틋하니깐.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짊었던 희생과 무게에 곧 내가 보답하겠다는 것. 그게 엄마와 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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