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여러 번 미뤄진 캠핑이었다.
그만큼 기다림도 컸고, 기대도 찼다.
숨을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습하고 더운 여름날이었지만 떠나기로 했다.
더워도 괜찮고 습해도 참을 수 있을 만큼 간절했다.
그런 마음으로 처음 찾은 곳이었다.
장소에 대한 기대보다 캠핑의 행위에만 집중하자 마음먹었다.
문광저수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완벽한 곳.
낚시터와 주변의 어울림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가 있다니.
상업적인 느낌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낚시터만 보다 주변의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착한 낚시터를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순해졌다.
낡고 오래된 느낌이 안온했다.
돌이켜보면 이날은 유난히 날씨까지 적당했던 것 같다.
우리를 끌어안 듯 다가오는 땅의 기운, 공기의 밀도.
분명 덥고 습했는데 쾌적하고 맑았다.
7월 한여름에 이런 날씨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전의 퍽퍽한 날들이 저절로 환기되었다.
길 위에서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중에 가장 큰 요소는 장소와 나의 합이다.
그것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날이면 그곳에서 사나흘쯤은 살고 싶어 진다.
싱그런 여름 냄새에 가을 공기까지 함께하던 날.
모처럼의 캠핑만으로도 행복한데 마치 나를 기다려준 듯 주위의 모든 것들로부터 환영받는 느낌이 들던 날.
초록이 주는 편안함으로 온종일 나른해지는 날이었다.
그래서 주저함 없이 여기저기 참 많이 걸었다.
다 예전부터 걸어 다녀 본 곳인 양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무더운 한여름에 가을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던 그날을 생각하면 경쾌해진다.
어쩌면 그곳이 가을의 명소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문광저수지는 특히 은행나무길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다녀와서야 알았다.
하지만 꼭 그때가 아니어도 충분히 다니러 갈 만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계절과 상관없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