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소비일기
봄비가 그치고 따뜻했던 사월의 어느 날, 좋아하는 카페에서 이제 막 키치죠지로 이사한 동생을 만났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동안 그녀는 달라진 외모만큼이나 많은 것이 변했고, 아주 많이 슬펐고, 조금 울었다고 했다.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몇 번을 붙잡고 매달려도 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고,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은 그 사람을 만나기 전 만났던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하고 감정을 숨기는 일에 익숙해진 나는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고, 어렵게 털어놓는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나의 지난 연애 경험을 떠올리며 서투른 위로를 해보았지만 그녀의 크고 맑은 두 눈엔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빛이 늘어지는 오후의 마가렛 호웰 카페. 공원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모두 집에 돌아갔고, 우리는 카페를 나와 하릴없이 키치죠지 상점가를 기웃거리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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