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소비일기
마음이 유난히 시끄러운 날이 있다. 그런 날 내가 나에게 내리는 처방은 헤드폰과 필름 카메라를 들고 긴 산책을 나가는 일이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음악을 들으며 골목골목 사진 찍을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이 전환되는 날도 있다. 코엔지에 갔던 날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다정하게 걸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 놀이터에서 신나게 그네를 타는 아이들, 요란한 간판 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들, 장을 보는 동네 주민들과 들뜬 여행객들. 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과 일상의 순간들을 가만히 멈추어 바라보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 보면 저 멀리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