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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l 31. 2019

육아의 만기

아빠 노릇 3년

모임 동료 중에 무역업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최근에 활동이 뜸해서 이유를 물으니 아이와 몇 년간 떨어져서 지내다 최근에야 함께 생활하게 되어 그렇다고 했다.


그분의 주 사업지역은 홍콩이었는데 최근 미국과 프랑스에 새로 진출하는 중이었다.

그렇다 보니 업무 시간대는 24시간이었다.

홍콩, 프랑스, 미국 업무 시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한 지역이 마무리될 시간이 다음 지역의 시작 시간이었다.

즉,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내내 일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하루 3시간만 자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을 하고 나서

저녁 6시에 퇴근하여 저녁 식사 후 아이와 잠시 놀아준 후 밤 12시 다시 회사로 돌아와 3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여 정확히는 2시간 반을 자고

아침 6시에 다시 출근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싶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제 아이가 6살이 되었다고 했다. 특히나 활동적인 남자아이였다. 하지만 이 아이가 언제까지 내 옆에 있어줄지 모른다고 했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에 가면 친구들이 더 좋을 것이고 중학교에 가면 아예 아빠와 말도 섞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분은 어깨 부상으로 수술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 1년여를 쉬어야 하고 생계를 홀로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었다. 또한 의사의 말로는 운동을 하는 선수에게는 힘들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크게 지장은 없다는 이야기에 참아 보기로 하였다고 했다.

또한 무등이 타고 싶다는 아이에게 아빠의 아픔을 이야기해야 알아줄 리 없었고, 오히려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 통증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은 앞으로 길어야 3년의 시간만큼은 힘들지만 참고 견디겠다고 하였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의 과업 인지도 모른다. 정신적인 육아는 보통 20살에 끝나야 하지만 40,50이 되어도 계속 가르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체적인 육아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끝나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순간 몸으로 하는 육아는 조금 수월해진다.


반대로 아이가 줄 수 있는 기쁨은 유치원 때까지인가 싶은 생각도 요즘은 든다.

그전에 준 많은 기쁨들을 차후에 부모에게 여러 가지 빚으로 차곡차곡 갚아나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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