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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Jun 08. 2023

나는 ‘아마추어’입니다

아마추어지만, 사랑할 때는 누구보다 프로인 사람

 


 나는 쉽게 사랑에 빠진다. 멋진 사람을 보면 바로 눈빛과 마음을 줘 버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황홀해한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좋은 점은 취미가 그만큼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기, 사랑하는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사랑하는 사람과 겪었던 일을 글로 쓰기.     


 서울에서 혼자 사는 일은 외로움 속에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서울로 올라온 친구들은 멀리 살뿐더러 바쁘기 때문에 만나기 쉽지 않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을 보는 것도 당연히 힘들다. 나는 심지어 반 년 동안은 재택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하루에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건 내가 살면서 모아온 취미뿐이었다.     


Instagram ‘0inching’


 요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는 바로 사진이다. 올해 1월에 큰마음 먹고 당근마켓에서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를 장만했다. 워낙 기계치라 책을 읽어도 사용법이 숙지가 잘 되지 않아서 크몽에서 일일 과외를 구했다. 간단한 사용법만 배우면 되는데 독일에서 사진을 배우고 돌아온 선생님과 매칭됐다. 이 대목에서도 서울의 위대함(?)을 또 한번 절감했다. 서울에서는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전문가에게 바로 배울 수 있구나, 하는.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게 간단한 사용법부터 좋은 사진을 찍는 법까지 속성으로 알려주셨다. 그 후로 나는 포착해내고 싶은 순간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뚝섬과 서울숲, 후암동과 남산타워. 서울 곳곳에 깔린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일은 정말이지 행복하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아카이빙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속도를 업로드하는 속도가 따라가진 못하긴 하지만, 모아두면 꽤 그럴싸하다. 앞서 언급한 과외 빼고는 사진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내 사진이 작품이 될 수 있는지, 미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냥 내 눈엔 내가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든다. 원래 취미란 게 그런 거 아니겠나.     



 어제는 사진기를 들고 후암동 카페에 갔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외국인 아저씨가 포토그래퍼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아마추어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아마추어의 어원인 라틴어 ‘amator’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랑하기에 어떤 대가를 받지 않고 지속해서 할 수 있는 것. 나는 내 사랑의 반경을 조금씩 늘려가고 싶다. 아마추어는 사랑에 있어선 누구보다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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