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파견 준비 10편 #
2026년 도쿄 파견 준비 시리즈가 벌써 10편을 맞이했습니다! 원 부서에서의 업무 정리와 일본 출국 준비 등 정신없는 와중에도 10주 연속으로 글을 연재한 것에 대해서 소박한 자축을 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지난 10주 간의 연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출판된 일본과 도쿄 관련 서적 4권을 구매하여 읽어봤습니다. 그동안 제게 하나의 개념으로 존재했던 '도쿄'라는 도시를 역동적이고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쿄 출국이 임박하게 되어 2주 내에 일본에서 글을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직접 도쿄에서 생생하게 남겨보려고 합니다.
● 일본의 5가지 사회 변화와 시도 :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2025, 정희선)
소비의 양극화, 탈세대, 지방 소멸, 1인 가구, 인구 감소..
책에서 제시하는 다섯가지 키워드는 비단 도쿄뿐만이 아닌 일본 전체의 변화이고 지극히 진부한 내용입니다. 이 중에서 생소했던 개념은 '탈세대 (脫世代)' 입니다. 기존의 우리 개념과는 달리 성별과 나이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완구를 좋아하고 중장년층의 패스트푸트 선호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난감과 의류 분야에서는 남녀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공간 효율을 중시하는 스페파 (スぺパ, Space Perfomance) 가 중시됩니다. '산코'에서 만든 밥솥과 쌀통,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가전이 인기입니다. 이제는 저렴하기만해서는 사지 않고 원가 상승도 반영된 300엔샵의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합니다. '3COINS'라는 브랜드에서는 매 시즌 속도감 있는 상품 개발 역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정부 국토교통성에서 운영하는 '미치노에키 (道の駅)' 휴게소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단순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닌 지역의 특색을 살린 군마의 '카와바 덴엔', 가고시마의 '타루미즈하마비라'는 휴게소 방문을 위해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무인양품'에서는 '지역 재생'의 일환으로 나라 가시하라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장을 만들어 주민 교류의 장소로 만들고 전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 디벨로퍼들의 '특별한 도쿄' 만들기 :
<도쿄를 바꾼 빌딩들> (2024, 박희윤)
디벨로퍼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디벨로퍼는 부동산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 투자 전문가일뿐만 아니라 지역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새로운 도시 모델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하는 부여되는 지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기업이란 항시 수익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도시 전체의 삶의 질을 고민할 수 있을까요.
원래 도쿄 관광지의 하나로만 알았던 '아크 힐즈', '아자부다이 힐즈', '도라노몬 힐즈', '롯폰기 힐즈'는 모리빌딩에서 복합개발 사업지로 브랜드명 '힐즈'를 붙인 것입니다. 땅에 빽빽한 아파트와 입주 공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디자인, 자연과의 조화, 상징적인 문화 시설 유치를 통해 지역 전체의 가치를 높힙니다. 산토리홀, 현대미술관를 방문하고 다양한 이벤트들을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디벨로퍼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쿄 미드타운 (미쓰이 부동산) 에서는 안도 타다오 미술관과 후지필름스퀘어 유치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롯폰기힐즈와 상호적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마루노우치빌딩은 미쓰비시그룹, 니혼바시의 코레도 프로젝트 그리고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도큐철도) 등 다양한 지역과 디벨로퍼들이 역동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도쿄에서 파볼만한 특이한 브랜드들 :
<도쿄 브랜딩> (2025, 도쿄다반사)
한달에 딱 한권의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수제 콜라, 손님에 말을 하지 말라는 재즈킷사
이 책을 읽고 삭막했던 도쿄가 역동적이게 느껴졌습니다. 디벨로퍼의 도시 개발 만큼 큰 움직임은 아니지만, 도쿄 곳곳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브랜드로 실현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는 가장 접근성있게 방문해볼만한 브랜드를 몇가지 메모해보았습니다.
가게 주인의 정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나카노구 '롬퍼치치'에서는 말을 하는게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말을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재즈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주요 배경으로 알려진 재즈 라이브 클럽 '블루노트 도쿄', 코카콜라와 펩시에 이은 세계 제3대 수제 콜라 '이요시 콜라', 한달에 단 한 책만 판매하는 '모리오카 서점'은 꼭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또한 본인 쓰려고 만든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가방 브랜드 '템베아', 잠옷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가치롭게 하고 위로하는 홈웨어 브랜트 'PAMM'가 인상 깊어서 한번 구매해보면 좋을 것 같고, 서울 경의선 숲길을 생각나게 하는 시모키타자와 지역의 '보너스 트랙' 프로젝트 등 더더욱 많은 브랜드들을 발굴해보고 싶습니다.
● 도쿄 근교 나들이 추천 :
<오늘도 무사히, 일본살이 중입니다> (2025)
일본에 11년 거주 중인 도쿄 직장인이자, 17만 구독자를 보유 중인 유튜버 정세월드가 출판한 서적
일본 생활을 앞둔 사람이라면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책입니다. 다만 책의 구성이 좀 조악한 면이 있습니다. 앞 부분은 일본에서 오래살아야 관심을 가질만한 아파트 투자와 리모델링 관련 내용이 심도있게 다뤄지고, 뒤에 1/3 이상은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역에 대한 가벼운 관광 일기가 토막 글로 남겨져 있어 기대했던 내용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도 도쿄에서의 삶이 오래된 터라 도쿄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져 도쿄에서의 일상이 기대되기도 했고, 우리가 도쿄를 떠올렸을때 흔하지 않은 장소들을 많이 제시해주었습니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산겐자야'에서 로컬 마을 산책하기, '히타치 해변공원'에서 네모필라 (4~5월) 구경하기, '야네센'에서 전통있는 카페, 우동집 둘러보기 등 재미난 장소가 소개되어있습니다.
도쿄에서 볼 수 있는 본오도리, 스미다가와 불꽃 축제 등 꼭 봐야할 축제들이 있고, 고엔지에서는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 행사 등 꼭 봐야할 이벤트가 있습니다. 책 전반적으로 회사원으로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 피곤한 주말 오전에 일어나 나름의 의미를 찾고자 도쿄 인근을 활보하는 바이브가 왠지 저의 미래같기도 합니다. 저도 내년 한해동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쿄 거리를 활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