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이상 배당주 투자를 안 하는 이유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물주가 한국에서 받는 인식이다. 불로소득으로 돈을 쉽게 번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포지션이 주식에도 있다. 배당주이다.
https://brunch.co.kr/@herrington/5
내가 쓴 이 글에서 배당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다. 배당은 주식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주식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사실 배당의 존재였다.
https://brunch.co.kr/@herrington/3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첫 번째 목표는 돈을 덜 잃는 것이었다. 워낙 주식의 무서움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레 보수적인 투자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원금은 유지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배당성장주'라는 것이었다. 배당성장주란 배당금이 매년 증가하는 주식을 말한다. 특히 내 눈에 띈 건 '배당귀족주'이다. 배당성장주 중에서 S&P 500 지수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며, 배당금을 25년 이상 증가해 온 기업만을 간추린 주식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S%26P_500_Dividend_Aristocrats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배당귀족주의 리스트를 보면 많은 기업들이 친숙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사용하거나 쉽게 접하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가 많다. 내가 처음 배당귀족주 리스트를 봤을 때 느낀 점은 '우리가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을 소비만 할게 아니라 투자를 했어야 했구나'였다. 그동안 우리는 주식 투자에 필요한 과정을 늘 해오고 있었다. '분석'이다. 하나의 제품을 사려고 할 때 여러 회사들의 제품들을 비교해 가며 분석한다. 다만 그것이 소비만을 위해 쓰인 것이 아쉬웠다. 그 분석을 주식 투자에 쓰면 그것이 바로 기업 분석인 것이다. 단순히 '테슬라 차 잘 만드네' '테슬라 차 사야지' 이렇게 그치는 것보다, '테슬라가 차를 잘 만드니, 테슬라 기업에 투자를 해봐야겠다'라고 의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배당귀족주 중에서 내가 들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업구조이며, 절대로 망할 것 같지 않은 기업을 골랐다. 그것이 바로 나의 첫 주식인 'AT&T'였다.(티커:T)
T는 미국의 2대 이동통신사이다.(나머지 하나는 버라이즌)
우리나라로 치면 KT쯤 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역사도 깊고 휴대폰이 있는 한 절대로 망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여 투자 대상으로 정했다.
그렇게 2020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꾸준히 T주식을 매수했다. 이쯤 되니 투자금액은 천만 원이 넘어갔고 내 재산중 대부분이 T주식에 몰빵 되어 있었다.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배당도 2번 받았다. 10만 원이 조금 넘는 배당금이 계좌로 들어올 때 '아 이게 건물주의 마음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는 투자 성적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10% 아래였던 것 같다. 사실 이것도 좋은 투자 성적이긴 하다. 하지만 당시 주식 시장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내 성적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면 무척 초라해 보였다.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남들은 100%, 200% 상승률 올리는데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하나' 싶은 자괴감도 조금 있었다. 그래서 배당성장주를 버리기로 마음먹고 다른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내 경험담에서 배당성장주의 몇 가지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내가 투자한 배당귀족주는 최소 25년 이상된 오래된 기업들이다. 꾸준히 돈을 버는 기업이고, 안정적이고, 배당도 꾸준히 증가하고, 정말 좋은 점만 가진 주식 같다고 착각이 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주식 자체의 주가는 상승분이 작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실 이러한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배당성장주는 '늙은 주식'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다. 20대, 30대, 40대, 50대를 거치고 60대가 된다. 이렇게 차츰차츰 늙어가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에서부터 시작하여 대기업이 되어 순이익을 버는 회사가 되고 나중에는 배당을 실시하는 회사가 된다. 배당을 주려면 순이익이 +인 회사여야 한다. 배당귀족주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최소 25년 이상을 순이익을 냈다는 의미인데 상당히 안정적으로 돈을 잘 버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50대쯤 된다고 볼 수 있다. 부장 혹은 임원급인 회사들이지만 사실 이제 더 이상 성장은 못하는 주식이라고 봐야 한다.
배당은 사실 그 회사의 성장 동력이 바닥났을 때 실시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아직 성장할 요소가 많은 회사들은 배당 대신 R&D분야 등에 투자를 지속하면서 성장을 추구한다. 대표적으로 아마존닷컴이 있다. 그 큰 회사는 아직 배당 대신 투자를 택하고 있다. 어찌 보면 CEO 성향에 많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배당이다. 회사를 더 성장시킬 것이냐, 안정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것이냐. 사실 이건 투자자 입장에서도 비슷하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배당 투자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주가 상승과 배당 중 어디를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투자가 나뉜다. 또 시드에 따라 나뉠 수 있다. 나처럼 시드가 적은 사람들은 화끈한 주가 상승을 원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은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주식 관련 기사에서 지겹도록 보는 단어인 FOMO를 그때 처음 느꼈다. 남들은 100%, 200% 수익 봤다고 환호할 때 나는 10% 수익률에 만족해야 했다. 왜 내 주식은 못 가고 저들의 주식은 잘 가는지에 대해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성장주'에 대해 공부를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나도 주식 시장 흐름에 따라 당시 대세주인 '성장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배당성장주 투자가 집 안이라면, 성장주 투자는 집 밖, 즉, 사회였다. 늘 긴장의 연속이고 위험 요소도 많지만 성장하려면 이불 밖으로 나가야 했다. 남들은 다들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따뜻한 이불속에서 누워있다. 선택은 본인 몫이다. 다만 나는 밖으로 나가기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