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시간은 늘 분주하다.
만성피로에 절어서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우당탕탕 기상한 뒤 가장 먼저 등교하는 첫째부터 챙긴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에 이제는 조금 속력이 붙기도 했다.
아이 셋 물통부터 챙겨 넣고, 간단한 아침대용 음식을(각 취향별로!) 준비한 뒤 딸 둘 머리 손질을 해준다.
더 어릴 땐 옷가지도 다 챙겨 입혀야 했는데 좀컷다고 이제 그 부분은 손을 조금 덜었다. 하지만 입은 쉬질 못한다.
"얼른 옷 입어! 거울 좀 그만보고! 미리미리 챙겨 놓으라고 했잖아~아침에 옷을 고르고 있으면 어떡해!
양말은? 얼른 양말 신고 준비물 가방에 넣어야지!"
만약 딸이 엄마의 잔소리에 반박이라도 하는 날엔,
"이게 엄마 위해서 하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잖아!"
아마도 전 국민이 듣고 자랐을 잔소리 레퍼토리가 이어진다.
올해부터 혼자 등원을 시작한 첫째. 작년까지는 아침마다 등하교를 함께했는데 3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 다니는 중이다. 집이 1층이라 8시 30분이 되면 친구들이 집 앞으로 우르르 몰려와 초인종을 누른다.
혼자 보내는 것보다는 내심 안심이 되면서도 은근 부담도 된다. 아침에 준비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 아이들이 몰려오면 빨리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엄마만 바쁘다.
굉장히 느긋하고, 느린 성향의 첫째는 친구들이 와도 별로 서두르지 않는다.
하...
아침마다 같은 상황의 반복.
참고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뻥_!!!
속이 터져 버리고 나는 고장 난 기관차처럼 잔소리 폭격기가 된다.
"김시온!!! *%#$@^&**%&$#%%@#%#@%#%#%!!!!"
결국 이렇게 잔소리 폭탄을 맞고 한껏 풀이 죽어 학교를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또 그렇게 속이 아리다.
이런 날은 커피도 위로가 되기보단 쓰기만 하다.
'조금만 더 참을걸.. 왜 또 애를 기를 죽였을까.. 나도 그랬으면서ㅜㅜ'
사실은 첫째가 나랑 똑같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행동이 나오지 않는 아이.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느려 보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아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아이.
내가 그런 아이였다.
회사생활을 할 때도 오죽하면 경상도 사람이냐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니(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말이다)
말 다했다.
아침마다 내가 첫째에게 퍼붓는 잔소리는 오래전 내가 엄마에게 들었던 소리기도 하다.
그래도 시온이는 아침에 깨우면 금방이라도 일어나지, 난 아침잠도 많아서 두 번 세 번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그야말로 속 터지는 아이였다.
"얼른 일어나! 거울 좀 그만보고! 거울 쳐다보다 세월다 가겠다! 빨리빨리 챙기고 나가야지! 밖에 친구 기다리잖아!!"
세상에.. 적고 보니 헛웃음이 난다.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부메랑처럼 세월을 돌아 내 입에서 똑같은 잔소리가 울리는 것이 참 웃프다.
우리 엄마는 전직 간호사셨다. 그러니 얼마나 예민하고, 또 부지런한지 모른다.
무슨 일을 하나 하더라도 빠릿빠릿하게 해치우셨다. 그런 엄마가 나 같은 딸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터지셨을지.. 이제야 엄마의 잔소리가 조금 이해가 된다.
엄마니까.
오냐오냐하기엔 세상이 마냥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을 아니까.
그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하니까.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으니까.
거두절미하고
내 자식이니까-
차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은 잔소리보다 묵묵히 참고, 기다려주고, 지혜롭게 격려하는 게 실보다 득이 많은 거 알지만
그러기엔 한국 엄마들 마음엔 '화'가 너무나 많다-
그런데 또 엄마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다. 난 그때마다
"엄마 아빠, 그만 좀 싸워! 사이좋게 지내면 안 돼? 어떻게 평생을 싸워 평생!"
빽- 소리를 질렀다.
결혼을 하고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랑 친정에 간 어느 날,
"할머니~엄마 아빠는 집에서 맨날 싸워요!"하고 이르는 게 아닌가.
엄마 왈,
"그것 봐라~ 넌 안 싸우고 살 줄 알았니?"
"네... 에... 전 안 싸울 줄 알았어요ㅎㅎㅎ"
멋쩍게 부메랑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