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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Mar 27. 2019

감각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일상을 보다 충만하게 누리는 방법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각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일정 시간 음식을 가려 먹고 금식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이 일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항상 포만감으로 안정적이었던 속이 비어가면서 느껴지는 허전함은 점점 숨이 막히는 갑갑함과 공포감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즐겨 먹던 커피며 차며 자극적인 맛이 중독처럼 더 끌리기도 하고 먹지 못하는 욕구불만이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흐트러트린다.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감각들에 의존하고 지배당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다. '감각의 지배',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 익숙한 감각의 자극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현명하게 생각하며 판단한 선택도 결국은 익숙한 감각의 지배 영역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조절된 결과다.


인간은 감각으로 살아간다.
단지 의식하지 못할 뿐...

인간은 감각으로 살아간다. 감각의 자극이 없으면 뇌는 제대로 발달할 수 없다. 그래서 감각이 차단된 아이들은 정상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다. 우리의 인식과 행동도 모두 감각에 의존한다. 감각은 감정과 연결되고 이성적인 뇌와 연결되면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넌 참 감각이 있네"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결과물이 결국 감각적 연결을 통해 완성되는 것임을 잘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부분 우리가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 힘들다. 싫거나 좋다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그냥", "그런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분명히 익숙한 감각의 패턴이 만들어 내는 신경망의 네트워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의식적일 때가 많다.  그래서 선호하는, 익숙한, 또는 지배되어 온 감각에 편안함을 느끼고 때로는 저항하면서 살면서도 감각을 읽어내는 데는 서툴다. 


감각의 역설과 모순

감각은 역설적이고 모순적이다. 감각은 세밀하게 살려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감각에 지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감각을 찾을 때 일상에 늘려있는 소소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불필요한 감각적 잡음과 충동을 구분해서 잠재울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감각적 지배를 경계해야 한다. 습관화된 감각은 감정과 생각을 지배하고 우리가 다른 행동을 못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인간은 ‘익숙한 영역’을 만들어 살고 그 영역에서 벗어나면 불편하고 저항감을 느낀다. 내가 좋아서 먹고 행동하고 의미를 두는 것들이 감각을 만들고 다시 그 감각의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면 산다. 성취와 인정, 소유를 향해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은 오래전부터 습관적으로 만들어 온 감각적 지배의 결과일지 모른다. 그 감각의 지배 때문에 일상에 주어진 소소한 행복과 여유를 인식조차 못하는지 모른다. 


우리가 감각을 인식하는 방식이
 우리의 세상을 만든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격렬한 움직임, 자극적인 맛, 강하게 이끌리는 소리 등 인식하기 쉽고 강한 감각적 자극에만 익숙할 때는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이 많다. 비교와 경쟁에서 성취의 결과가 주는 짜릿하고 강한 감각을 향해 달릴 때는 인식하지 못하고 흘려보는 소중한 감각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의 생활이 모두 강한 자극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식하기 쉬운 강한 자극에 반응하느라 정말 소중한 순간들을 잃어버리기 쉽다. 일상이 만들어 내는 소중한 순간을 음미하고 누리지 못하는 것은 잔잔하고 밋밋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주파수 대역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감각의 주파수 대역만 가지고 있어 그 감각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좁은 감각의 주파수로 지배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중독이다. 중독은 감각적으로 전해지는 그 강렬함으로 다른 감각을 느끼는 것이 무시되거나 차단된 상태다. 감각을 인식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극단적으로 좁아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는 마약, 술, 도박과 같은 선명한 중독 외에도 게임, 일, 인정, 소유가 주는 일시적 만족 등 일상에 걸쳐 있으면서 인정하기 힘든 중독이 다반사인 세상이다. 강한 자극은 쉽게 인식되고 선택되지만 약한 자극은 인식하고 선택되기 힘들다. 그래서 중독적 성향의 강한 자극은 일상의 약한 자극을 밀어내게 되어 있다. 일상의 평화롭고 의미 있는 자극을 음미하고 누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각을 읽는 훈련,
감각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

명상에는 주의를 집중하여 현재에 느껴지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훈련은 가만히 앉아서 호흡하면서 느껴지는 감각에서 걷기나 요가, 스트레칭을 할 때의 감각, 뭔가를 천천히 먹을 때의 감각, 주변의 소리, 냄새 등 모든 감각을 판단 없이 순수하게 관찰한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평소 생각이나 강한 감각에 가려서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느끼게 된다.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생각하면서 몸을 긴장하게 만들고 그 걱정과 불안 때문에 느끼지 못한 자신의 감각을 알아차리다 보면 불필요한 생각은 멈춘다. 대신 걸을 때 편안한 느낌, 여유 손을 씻고 샤워나 면도를 할 때의 느낌, 설거지나 청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 느껴지는 좋은 감각들을 즐길 수 있는 힘도 생기게 된다. 그러면 일상에는 참으로 행복하고 누릴만한 순간들이 많고 그 속에 자신이 존재함도 느끼게 된다. 외부의 자극에 지배되어 잃어버렸던 자신의 감각을 찾을 수 있다. 미세한 감각을 읽을 수 있는 폭이 늘어날 때 감각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각을 통해 일상을 누리는 방법

우리는 생각과 감정으로 사는 것 같지만 그 생각과 감정은 자기 감각의 패턴들이다. 감각이 감정과 생각으로 연결되어 나타나고 다시 감각의 패턴을 만들며 우리는 살아간다. 단지 감각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 명확해지면 나의 감정과 생각도 명확해진다. 감각이 명확해지면 불분명한 감각의 잡음에 휘둘리지 않아 여유와 낙관성이 생긴다. 우리는 그 틈으로 달리던 중에 잠시 멈춰 제대로 휴식하고 흐르는 땀의 시원함도 미학적으로 느낄 수 있다. 주말이나, 휴가, 여행이 있어 우리는 일상의 패턴을 단절하고 삶의 여유를 찾아간다. 때로는 팽팽하게 습관화된 우리의 감각을 단절시키고 천천히 스며드는 밋밋한 감각으로 눈을 돌릴 때 감각적 유연성을 커진다. 이때 화려하게 갖추지 않아도 누리고 음미할 일상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할 여유도 생긴다.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긴장되고 중독된? 감각에 자유를 주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일상의 신비로움을 누려보자. 둘러보면 깊이 느끼고 누릴 오감의 재료들은 늘려 있다. 잠시만이라도 무의식적으로 흐르는 감각의 센스를 의식적으로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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