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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Nov 15. 2019

나만의 프로젝트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시간 만들기

작은 프로젝트의 시작

예전에 큰 딸과 함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곡인 ‘Fly Me To The Moon'을 피아노 듀엣으로 친 적이 있었다. 피아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실기평가 친다고 배운 것이 전부인 나에게 참 도전적인 일이었다. 악보를 보는 것도 외우는 것도 건반을 짚는 것도 어렵고 신경 꼬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빠와 딸이 함께 피아노를 치는 영상을 간직한다는 것은 가슴 설레게 했다. 조금이라도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간단한 일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공을 들여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딸이 살아가다가 우연히 기억 속에서 아빠와 피아노 치는 장면이 떠올라 흐뭇하고 용기 될 것을 기대하면 벅차고 뿌듯했다. 딸에게 틈틈이 교육을 받고 악보에 계이름도 써 달라고 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외웠다. 집에서 딸과 연습할 때면 언제나 당당하든 아빠는 어리숙하고 주눅 들어 있었다. 어색하던 딸도 시간이 갈수록 학원 선생님처럼 당당하게 아빠를 잘 가르쳐주는 듯했다. 무려 6개월이나 걸려서 완성했다. 21번의 촬영 끝에 완성하며 우리는 흐뭇하게 웃을 수 있었다. 감사했다. 내게도 평생을 가져갈 추억, 영원히 초등학생으로 있지 않을 딸과 동등하게 함께 할 마음의 사진을 찍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겨우 완성한 곡이지만 들을만했다. 누군가에겐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내게는 도전적이고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목표를 실천하고 음미하는 작은 일상

작지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하루의 일부분을 자신만의 목표에 할당하는 일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작고 긍정적인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긍정심리학자 소냐 류모머스키(Sonja Lyubomirsky) 교수는 행복 증진 전략으로 12가지를 소개했다. 1) 감사하기 2)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3) 비교하지 않기 4) 친절 베풀기 5) 돈독한 인간관계 맺기 6) 잘 대처하기 7) 용서하는 법 배우기 8) 몰입하기 9) 인생의 기쁨 음미하기 10) 목표를 향해 노력하기 11) 종교 생활을 하고 영성 키우기 12) 건강 챙기기다.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실천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행복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자신만의 목표를 실천하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비교당하기 쉬운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온전히 기쁨을 음미하는 방법이다.



즐거움과 의미, 그 차체가 보상이 되는 시간들

프로젝트는 목표가 있고 기간과 과정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찍은 스마트폰 사진으로 연말에 달력 만들기라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연말까지 편안하게 만들어갈 여유가 있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냥 사진을 찍는 것보다 관심이 높고 재미있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계획적으로 편집하거나 사진을 찍는 방법, 사진을 편집하는 방법을 학습하거나 배우러 갈 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즐거움과 의미가 동시 높은 일이라고 한다. 기간과 과정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 조절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면 된다. 이런 일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실행하는 과정이 이미 보상이 되는 활동들이다. 그러니 결과야 어찌 되었던 끝까지 간다면 시작의 목적은 달성되는 법이다. 


밋밋한 일상의 몰입도를 높이는 시간의 의미

나만의 프로젝트는 의무적으로 달려야 하는 일상과 전혀 다른 리그를 만든다. 긴 여행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경쟁하고 비교하며 지친 마음을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소멸로 향하는 삶과 일상의 엔트로피의 유일한 역행인 셈이다. 일상의 몰입도를 높여 밋밋한 일상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류보머스키 교수의 행복 증진 전략에도 ‘몰입하기’가 있는 것은 몰입할 때 우리 인간은 행복해진다. 우리의 주의가 흩어지지 않고 몰입할 때 우리는 긍정적으로 만드는 호르몬의 분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는 주변의 상황을 수용하는 능력도 확장된다. 힘들었던 일상을 쉽게 무시하거나 잊을 수 있는 힘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의미다. 몰입 연구의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Csikzentmihalyi)교수는 몰입의 조건으로 목표가 명확할 것, 자신의 실력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목표를 가질 것, 목표한 일을 수행하면서 피드백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나만의 프로젝트의 몰입도를 기간 동안 가져가려면 자신의 실력보다 조금 높은 도전적인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조금 도전적일 때 건강한 쾌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속하면서 조금씩 잘 되고 있는지 형편없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스스로 하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피드백받는 과정이 즐기고 의미 있게 만드는 좋은 궁합이 된다. 

거의 300억에 팔린 피카소의 ‘황소머리’라는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실제 고물상의 자전거 안장 위에 핸들을 황소의 뿔로 올려놓은 작품이다. 길을 지나가다 본 고물에서 300억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상의 변신처럼 일상에 살짝 끼여 있는 나만의 프로젝트는 별거 없는 일상을 음미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만든다. 삶의 작품은 일상에서 발견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피카소는 “나는 찾지 않는다. 다만 있는 것 중에서 발견할 뿐이다”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도 잘 발견하면 거장의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약간 도전적이고 설레는 주변의 프로젝트?

무엇인가를 점점 다듬어 가고 새롭게 발견하는 일은 많이 있다. 배우는 것, 만드는 것, 함께 하는 것, 맛보는 것, 찾아가는 것, 경험하는 것 등 자신의 흥미나 즐거움, 도전감이 있으면서 일상의 중요성보다 앞에서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은 시골에 이사를 가서 야외 욕조를 만든 적이 있다. 야외 온천을 너무 좋아하는 가족들이 군불을 때고 물을 데워서 겨울에는 온천과 족욕을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의 욕조가 되어 줄 것이었다. 하지만 배운 적 없는 공사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도전이 아니라 버겁고 푸념 가득한 일이었다. 어떤 재료를 어디서 사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튜브를 보며 하나씩 어렵게 했지만 버거웠다. 그래서 만드는 기간을 조금 늘려,  할 일이 없을 때만 하기로 했다. 그러니 욕심이 없어지고 엉성해도 잘 진행된다. 자신이 선택한 일, 의도와 동기가 욕심이 아니라 느슨한 일상의 발견일 때 우리는 마음의 긴장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유연해질 수 있다. 이렇게 나만의 프로젝트는 힘든 삶의 무게를 쉽게 견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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