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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루 Aug 28. 2020

실수 없이 살고 싶었다


나는 내 삶에 별다른 불만이 있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20살이 되면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하면 취직을 하는 그런 삶. 나는 누가 정해놓은 건지도 모르는 이 루트를 자연스럽게 밟아왔다. 휴학 후 해외여행을 가거나 덕질을 하는 친구들을 간혹 부러워한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내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찍 취업을 하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뭔가 우월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럭저럭 잘 지내왔는데.. 회사생활 4개월 만에 나는 퇴사를 생각했다. 첫 회사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학생티'를 못 벗은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한 달 전부터 마음은 이미 퇴사를 수없이 외쳤는데, 뭔가 선뜻 "퇴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아닌지 계속 고민이 들었다. 퇴사를 하면 내 평범한 삶이 무너질 것 같아 두려웠다.


사실 나는 늘 그렇게 살았다. 매사에 똑 부러지게 선택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늘 결정장애를 달고 살았다. 하나의 고민에도 수천 가지를 생각을 하며 셀프 스트레스를 선사했다. 늘 선택을 척척 잘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쿨하고 싶었고, 정확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번번이 구질구질해졌다. 스스로를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실수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말한 대로 평범한 삶.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20살이 되면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하면 취직을 하는 그런 삶. 그것이 실수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 앞에서 늘 구질구질했던 이유도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남들처럼 번듯하게, 남들처럼 입고, 남들처럼 경험하는 삶.

그런데 휴학을 하고 일 년을 열심히 놀았던 친구도, 대학교 자퇴를 하고 고졸학력으로 일찌감치 취업한 친구도. 같은 나이에 모두 다른 길을 갔음에도 전혀 실수한 삶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멋있었다. 내가 그들보다 평범하게 살았다고 해서 내 삶이 엄청나게 옳아 보이지도 않았다. 평범한 삶이 과연 올바른 삶인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쫒았던 실수 없는 삶은 무엇일까? 평범한 삶이 실수 없는 삶일까? 아니 그보다 왜 실수를 하면 안 되는 거지?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평범한 삶이 완벽한 삶이라고 정의 내린 적도 없는데, 나는 왜 평범하지 않으면 다 실패했다고 생각했을까? 참... 어렸다. 세상에 실수한 삶이 어디 있을까.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오는 세상에,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긴 할까? sns 속 친구들의 잠시 반짝거리는 삶을 보며 내 삶이 틀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에 맞는 삶을 정하는 건 누구이며,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틀린 삶일까?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고, 잘 맞는 사람이 다르듯, 어떤 삶이 그들에게 올바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엔 옮고 그른 삶이 아니라, 다른 삶들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그냥 나에게 더 나은 삶을 계속해서 선택하면 된다. 남에게 맞춰진 삶이 아닌 나에게 맞는 선택. 그 선택이 실수여도 괜찮고, 아니어도 괜찮고. 이젠 다 괜찮다.

그냥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드루(@hey_dru)

사진계정 @druphot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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