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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행운을 잡겠어요?

: 행운을 찾아서

by 윌버와 샬롯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 또 있을까?
아무래도 있을 것 같은데...
아, 그게 뭘까?


이 그림책 너무 재미있다. '월리를 찾아라' 이후 이렇게 눈이 빠져라 샅샅이 그림을 살핀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책의 비밀을 알게 되면 자꾸자꾸 숨은 그림을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책 속 두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눈을 뗄 수 없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다 내가 찾은 단서를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난 이거 찾았는데, 넌 요건 몰랐지?" 하며 의기양양 으스댈 수도 있다.


느긋한 행운 씨 앞으로 불운 씨가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가끔 순한 바람이 불곤 합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가야 할 때이지요.
가끔 반대로 바람이 불곤 합니다. 그럴 때면 지나치게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되지요.


행운 씨와 불운 씨의 이야기는 위 문장들로 각각 시작한다. 순한 바람이든 반대로 부는 바람이든 역행하지 말고 순응하라는 뜻일까. 아마도 바람의 이 구절은 이 책의 전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나비효과처럼 연쇄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두 사람의 여정은 인생을 큰 그림으로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어떤 모습으로 삶을 꾸려가든 죽으라는 법은 결코 없나 보다. 그러니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 그리 크게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작은 희망마저 보였다.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저 미스터리 복권 아주머니가 참 궁금한 존재다. 그녀는 신인 걸까? 누구에게 행운을 가져다주고 싶었을까? 그녀를 주시하자.


당신은 책의 앞과 뒤 중 어느 쪽부터 이 그림책을 펼치게 될까? 알고 시작했다면 '파란색 휴지를 줄까? 빨간색 휴지를 줄까?'처럼 어떤 선택을 할지 망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저 집히는 대로 책을 펼쳤는데 알고 보니 빨간 제목을 먼저 읽고 있었다. 난 행운을 믿는 사람인 걸까? 타로점을 보는 양 사소한 우연 하나로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한번 시험하게 한다.


당신은 느긋한 사람인가, 조급한 사람인가. 혹은 행운을 믿는 사람인가, 믿지 않는 사람인가. 그 어떤 것이든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가끔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삶인 것도 같다. 당장은 이해할 수 없었던 일에도 먼 훗날에야 그때 그랬던 까닭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듯이 시간이 다만 걸릴 테지만 뭐든 결국엔 설명이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겠는가.


삶을 여유롭게 즐기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소박하게 사는 삶, 일도 잘 안 풀리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생각지도 않은 우연으로 행운을 잡는 인생. 두 주인공을 비추어 본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은가? 그림책은 아무래도 행운 씨의 삶 쪽으로 은근슬쩍 지지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의 당신 선택도 과연 그럴까. 나름의 이유를 들며 선택은 양분될 것 같다.


정답은 없다.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데 어찌 인생에서 정답이 있겠는가. 사람은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것이 분명 끝이 아니다. 책은 마지막 장으로 끝을 맺지만 인생은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쭉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불운하든 행운의 연속이든 그게 다가 아님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뫼비우스 띠처럼 앞뒤가 맞물리는 이 그림책의 독특한 형식 자체도 넌지시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다. 이 그림책의 작가를 만날 수만 있다면 하나하나 장치에 대한 의도를 묻고도 싶다. 혹시나 내가 못 찾은 게 뭐가 있는지, '월리를 찾아라'의 마지막 페이지에 정답을 표시해주는 것처럼 어디에 해설지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시 책을 들여다볼 때마다 새로운 단서를 또 발견하게 된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계속할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만났다.


아, 그건 그렇고 내 복권은 도대체 어디로 날아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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