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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자세에 관해서

: 모두에게 배웠어

by 윌버와 샬롯

여기 모두의 딸이었으면 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이렇게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배우기를 어른은 바라지만 그럴 공간과 시간을 아이에게 어른은 주고나 있 모르겠다.


걷는 건 고양이에게 배웠어. 뛰어넘는 건 강아지에게 배웠어.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와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른은 먼저 태어나 세상을 조금 더 살았다 해서 '넌 어리니까 아무것도 몰라'라고 아이를 쉽게 단정 짓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했던가. 어디 마을 하나뿐이겠는가. 여기서 보이는 팔짝팔짝 뛰는 아이에서처럼 함께 숨 쉬는 동물도 자연도 필요 것이다. 어쩌면 이 광활한 우주 전체가 존재하는 이유 리의 아이들 때문이지 않을까.


나무 타기는 원숭이에게 배웠어.


좀 더 아이를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랬었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해주게 하고 싶어 주말마다 분주히 데리고 다녔다. 그럼에도 지나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더 자유롭게, 더 뛸 수 있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해도 자식에 있어 부모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 그림책이 이렇게 내게 작은 후회를 하게 했다.


멋있게 달리는 건 말에게 배웠어. 기분 좋게 산책하는 건 닭에게 배웠어.


비단 자연에서만 아이가 배우기를 할까. 러 동물에게서 배우는 아이를 보니 또한 아이에게는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 외에도 본받고 따라 할 수 있는 멘토 같은 사람이 아이 주변에 여럿 있다면 참 든든할 것 같다.


아이는 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자라게 된다. 환경을 거스르며 자라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거대한 노력이 필요하니 그건 참 려운 일이기도 하다. 가족화가 점점 심화되는 현실에서 학교든 사회에서든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게 하고 여러 직군의 어른들을 만나게 해주는 시스템이 앞으로 더 마련되면 좋겠다.


배 깔고 낮잠 자는 건 악어에게 배웠어. 꽃향기를 맡고 꽃꿀을 맛보는 건 나비에게 배웠어.


난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고 자라 이만큼 살아올 수 있었을까. 그림책을 보니 혼자 저절로 여기까지 자라온 것은 아닐 것이다. 알게 모르게 내게 영향을 준 그 모든 것에 감사해야겠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가 진짜 공부의 시작임을 우리는 안다.


배움은 아이만의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모두에게 영향을 주기도 받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세상에 조금은 나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되겠다.


친구들도 이렇게 많으니까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아이는 머리를 잡아당기는 짓궂은 친구가 옆에 있지만 그래도 웃고 있다. 미소 짓고 있는 아이를 보니 아마도 친구의 장난은 아이에게는 단지 웃어넘길 만한 일가 보다. 장난꾸러기 친구를 이미 다 안다는 듯이 말이다. 모두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아이의 넓은 아량마저 느껴진다.


생각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이 아이는 정말 자기 말처럼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오늘은 이 귀여운 꼬마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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