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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좀 무섭지만 끊을 수 없는 이야기

: '경이로운 소문' 배우들에 대해

by 윌버와 샬롯

이름이 참 중요한 것도 같다. 원작이 웹툰이라고 하는데 원작자는 시작부터 동네방네 본인 웹툰이 경이롭게 소문을 타 드라마까지 제작될 줄 예상했을까? 아니면 그런 희망 작명이 결국 소원을 이뤄준 까? 아무튼 방영하는 OCN은 개국 이래 9%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니 경이롭다는 이름값은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인 것도 같다.


주인공 이름은 '소문'. 성은 '소'요, 이름은 '문'이다. 외자 이름이니 글로 쓸 때는 아무래도 한 칸 빈 곳을 넣어 '소 문'이라 써야 할 것 같다. 외자 이름을 가진 친구가 주변에 없어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외자 이름을 친근하게 부를 때는 이름만으로 "문아~"하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이 드라마에서는 모두가 "소문아~"라고 부른다. 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


어쨌든 주인공 소문은 다른 카운터보다 아직까지는 이름만큼이나 그 경이로운 경지를 8화까지는 볼 수 없었다. 중반부까지 에피소드를 마친 '경이로운 소문'은 지금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수치를 더욱 경신할 수 있을까? 소문의 경이로움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원작 웹툰보다 드라마가 더 디테일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건 아무래도 출연하는 배우 모두의 탄탄한 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굴은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배우들도 여럿 있다. 인상 깊었던 배우들의 면모를 살짝 살펴보고자 한다.



악귀로 나오는 남녀 배우 둘은 정말 무섭다. 남자 악귀는 처음 보는 배우인데 신선한 마스크이기에 시청자가 더욱 악귀로 몰입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을 조종하는 주군에게 어린애처럼 매달리며 저하게 종속되어 있는 인물이다. 주군에게는 나약 악귀지만 그는 조커를 연상케 한다. 스스로 처음부터 악하지는 않았지만 주변과 상황에 의해 어찌할 수 없이 빌런으로 내몰리는 운명의 존재처럼 말이다.



'소문'으로 분한 조병규를 개인적으로 주목한 건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였다. 그전에 대박 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그의 존재감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고 차기작이었던 스토브리그에서 나름 귀여운 매력을 보여줬다.


이제는 교복 입는 학생 역할을 그만하라는 팬들의 성화가 있었지만 조병규는 이번 '경이로운 소문' 출연을 고집스레 결심했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그는 작품 보는 눈도 있는 건지 20대지만 찰떡같이 교복은 역시나 어울렸고 부모 잃은 사연 많은 여린 고등학생으로도 제격이었다. 이번 '경이로운 소문'으로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그는 또 한 줄 추가할 듯싶다.



여태 보여준 '소문' 캐릭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절뚝거리는 소문이의 다리가 카운터의 도움으로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다. 북받치는 기쁨의 표정으로 전력 질주하며 달리는 씬에서는 나마저도 울컥했다.


또 잘 걷는 손자가 믿기지 않는다며 신기하고 감격스레 쳐다보는 할아버지 할머니 씬도 좋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아픈 아이가 나았을 때의 기쁨에 감정이 이입되고 자꾸만 눈물이 뚝뚝 났었다.



카운터의 엄마 같은 중심을 잡고 있는 추매옥 역의 배우 염혜란도 TV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그녀를 처음 인식했던 드라마는 '도깨비'였다. 그녀는 조카 보험금을 노리는 이모 역할을 맡았었다. 어린 조카에게 빨대 꼽는 이모라니, 세상에 저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였다. 아직까지 그 잔상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녀 연기 수준은 말할 것도 없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아무래도 배우 염혜란은 저세상과 연관된 역할과 인연이 있나 보다. 도깨비에서 결국 죽고 나서 귀신이 되어서도 조카를 찾아와 괴롭혔다. 반면 이번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치유 능력을 가진 따뜻한 역할로 나머지 세 명 카운터를 품어주 인물이다.


이 언니의 재발견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변호사 역할로 나왔을 때였다. '나도 이런 걸크러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이야'하며 매력을 여지없이 발산했었다. 배우는 역시 좋은 작품과 배역에서 그 빛을 발하나 보다.



모든 캐릭터 중에 단연 눈에 띄는 배우는 김세정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연기를 보는 건 이번 드라마가 처음이었다. 통통 튀는 아이돌 걸그룹 이미지가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든 것이었는데 시니컬한 '도하나' 역할을 소화하는 그녀가 이제는 새롭게 보인다.


맞짱 제대로 뜰 수 있는 세지만 따뜻한 외유내강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눈빛. 비밀스러운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고 그 눈은 다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의 김세정 연기 횡보가 참으로 기대되는 바다.



유준상은 배우로서의 성실함으로 치면 말하면 입 아픈 게 아닐지. 쉰이 넘은 그의 생물학적 나이가 이 드라마에서는 특히나 무색할 정도다. 얄밉도록 자기 관리가 철저한 그이기에 믿고 보는 배우로 계속 응원하고 싶다.



카운터들에게 든든한 경제적 뒷배경이 되는 안석환이 연기하는 최장물 캐릭터도 눈에 띈다. 드라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안겨주는 인물이다. 이제는 지켜할 사람이 많은 나이인 내게도 저런 사람이 옆에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소문이 학교폭력으로 내몰리고 있을 때 그는 정의가 무엇인지 시원하게 보여줬고, 카운터들이 타고 다니던 차가 박살이 났을 때 고급 차를 즉각 선사하는 플렉스를 선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마저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뒤에서 나를 든든히 지탱해주는 이의 존재는 어디서든 필요하다. 드라마에서 그런 캐릭터의 존재는 시청자로 하여금 권선징악을 다시금 확인하게도 하니까. 그렇게 최장물은 은근슬쩍 추매옥과의 어설프지만 귀여운 로맨스도 가끔 보여주 카운터 자리를 더 단단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리는 인물로 손색없 보여주고 있다.



소문이는 부모는 잃었지만 절친 둘이 있어 외롭지 않다. 이만큼이나 찐한 우정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또 있을까. 여기 삼총사는 그 나이 때 친구끼리 할 수 있는 장난도 스스럼없이 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성숙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달라진 소문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궁금하지만 더 이상 닦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문을 기다리며 이해한다. 우리의 소중한 친구인 너이기에 모든 것을 믿는다는 그리고 우리는 너를 계속 지켜줄 거라는 이 기특한 아이들의 우정이 부럽기도 참 예쁘기도 하다.



처음에는 몰라봤지만 목소리가 독특해 금방 '소문'이의 친구를 알아보게 됐다. '스카이캐슬'에서도 똑 부러지는 어린 학생으로 나왔었는데 그새 많이 컸다.


조병규와는 스카이캐슬 이후 이번 드라마에서 다시 만났는데 친구 역할로 나오니 신기하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 친구로 나오는 남자 배우 둘 모두 그녀보다 10살도 더 차이나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은 그들보다는 많이 어린 배우 이지원은 정말 연기하면서 즐거웠을 것 같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배우이다.



유준상이 카운터가 되고 병실에서 머리카락이 갑자기 뽀글해지는 장면이 웃겼다. 카운터의 모발은 곱슬이고 악귀를 잡으러 갈 때마다 빨간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고 출동하는 게 귀여웠다. 저렇게 강렬한 색의 옷을 입고 있으면 활동하는데 눈에 띄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7화부터는 회색 트레이닝복으로 환복 했다. 연출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아니면 두 벌로 번갈아 입느라 이번에는 빨간색 옷은 세탁했어야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렬하기는 역시 빨강이 딱이긴 한건 같은데.


곱슬머리, 빨간 트레이닝복, 카운터나 융이라는 세계관 등 이 드라마에는 신선하고 새로운 장치가 여럿 보인다. 악귀의 행위가 가끔 잔인하고 무서워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요즘 괜찮은 작품이다 싶으면 그 원작 대다수가 웹툰이 차지하고 있다. 이 많고 많은 재미난 이야기를 웹툰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꾼들인 창작자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언니네 국숫집에서 시작되는 소문이의 엄마 아빠 영혼 찾기는 끝까지 통쾌할 수 있을까. 나도 그들의 소문난 맛집에서 국수 한 그릇 땡기고픈 이 출출한 오후에 다음 회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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